윤석열·기시다 '셔틀외교' 복원 1년…물컵은 여전히 절반만

한국 정부만 과거사 '통 큰 결단'…7차례 회담에도 일본 '무대응'

입력 : 2024-03-13 오후 3:50:07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3월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오는 16일 한일 '셔틀외교'(국가 간 합의 도출을 위한 상호 순방 외교)를 복원한 지 1년을 맞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지만, 간극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과거사 문제를 놓고 우리나라만 '물컵의 절반'을 채웠을 뿐 일본의 진전된 움직임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3자 변제안 호응없는 일본재원마저 '고갈'
 
13일 외교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6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약 85분간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그간 얼어붙은 양국 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데 공감하고, 한일 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도 별도 발표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한일 정상화에 있어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양국은 12년간 중단된 정상 간 '셔틀외교'에 합의했고 한일 간 갈등 현안을 해결하고 본격적인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한일 관계 복원은 윤석열정부가 같은 달 6일 '강제징용 배상 제3자 변제안'을 한일 과거사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 토대가 됐습니다.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면서 "물컵에 비유하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며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남은 물컵이 더 채워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5월 제3자 변제안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며 "(특히)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습니다. 
 
제3자 변제안은 일본 피고기업 대신 우리나라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과 이자를 먼저 지급하는 방식인데요. 재원은 양국 기업이 기부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재단이 확보한 재원은 1년 만에 고갈됐습니다. 추가 기부가 없다면 피해자들에게 변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데요. 일본 전범기업이 져야 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책임을 우리 기업의 기부로 메꾼 건데,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전무해 배상금 재원이 고갈 상태에 이른 겁니다.
 
한일 관계 개선이 가능했던 건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놓으면서 가능했던 건데요. 한일 정상회담이 윤석열정부에서 7차례나 진행됐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은 없는 상태입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 발표 1년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깨진 셔틀외교퍼주기만 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제3자 변제안에 대한 일본의 호응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일본 <지지통신>은 "윤 대통령의 '결단(한국 정부 관계자)'으로 냉각됐던 한일 관계는 급속히 개선됐지만, 해결책 이행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지는 등 새로운 과제가 부상하면서 안정적인 관계가 지속될지 불투명감도 감돈다"면서 "대북 안보 협력이 진전되고 반도체 산업 등 경제적 연계도 심화됐지만, 여론에는 일본 기업의 사죄나 배상이 없어 '일본의 호응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남아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는 오는 20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전을 계기로 방한할 계획이었지만 한국 정부가 거절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들이 있었다"며 "한국 외교부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일본에서 해준 것이 없기 때문에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3자 변제안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없었고, 기시다의 방한이 오히려 4·10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한일 정상회담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년간의 셔틀 외교에 대해서도 "일본에는 상당한 효과를 줬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셔틀 외교의 균형이 깨진 것으로 한국이 퍼주기만 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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