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이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해 상담부터 설계, 보험 사기 적발까지 보험 전 과정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험설계사가 단계별로 처리해야 할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데다 오랜 골칫거리인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 사람의 눈에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AI 도입이 확산하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영업 행위가 소비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AI 활용 가이드라인 등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설계·심사부터 직원 업무에 활용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AI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이미 활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콜센터에 AI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AI가 상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상담사가 고객의 요청을 해결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카드, 삼성증권과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금융 AI 연구 개발에도 들어갈 예정입니다.
KB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자동심사에 AI를 활용하고 있는데요요. 사고 발생 확률이 낮은 고객들은 짧은 시간에 보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DB손해보험도 AI로 장기보험 사전 보험 심사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교보생명은 업무에 챗GTP를 접목한 교보GTP를 임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보험 가입 사전 심사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과 고객 간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농협생명은 온라인보험 AI설계사 코대리를, DB손해보험은 AI비서를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한라이프와 메리츠화재는 상담에 챗봇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의 AI 명함 서비스. (사진=KB손해보험)
보험 사기 적발에도 AI 활용
보험사들은 갈수록 조직화되는 보험 사기 적발에도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 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1조1164억원, 적발 인원은 11만명에 달하는데요. 첫 통계가 나온 2010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보험 사기가 진화하면서 보험사들은 AI를 활용한 적발 시스템을 만들어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험사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동차 보험 사기 적발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삼성화재의 경우는 기존의 보험사기방지시스템(IFDS)를 사후탐지에서 사전탐지가 가능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했습니다. 보험 사기 유형과 사례를 학습한 AI가 사기 이력 등을 가진 고위험군을 걸러내는 방식입니다. 한 명의 혐의자를 적발해 조직적인 보험 사기를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DB손해보험도 DB T-시스템을 개발해 빅데이터로 보험 사기를 적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역할이 있는 자동차보험 사기나 병원과 브로커의 장기보험 사기 등 주로 공모형 범죄를 적발하는데 쓰입니다.
현대해상도 AI 분석시스템(HI-FDS), 교보생명도 교보보험사기예측시스템(K-DFS)을 개발해 보험 사기 가능성을 예측하고 고위험군을 걸러내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AI 자동심사 시스템으로 사고 발생 확률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사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자동차보험만 잡아내도 손해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사람의 판단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보험 사기를 적발할 수 있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AI의 기능은 더욱 정확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들이 AI를 활용한 업무 분야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시행을 목표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에 들어갔는데요. 보험사들은 자동 심사 등에 AI를 활용하며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보조 수준에 머문 보험사들의 AI 활용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험 상품은 판매 과정에서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요. 고객이 AI로 상품 상담을 받을 때 충분히 내용을 인지했는지, 상품에 대한 오해가 없는지 보험사가 파악하기 어렵고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금 지급 심사 거절로 민원이 발생하거나 고객이 손해를 볼 경우 책임 소재도 명확해야 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능이 고도화되는 건 맞지만 AI가 발달해도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기술 발달로 생기는 우려가 많아질수록 정부 가이드라인도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연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AI 설계사에 의한 보험모집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거나 자동화된 보험금 지급 심사 결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경우 영업행위에 대한 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 논란이될 것"이라며 "생성형 AI 활용 확산 등 산업 변화가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규제 방안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NH농협생명의 AI 챗봇서비스 '코대리'. (사진=농협생명)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