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지난해 56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첫 달 ‘3조원의 세수 플러스’에도 지난해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입, 세출 현황을 보면 예사롭지 않습니다. 글로벌 정세 불안이 가중되면서 경기 회복이 더딘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세수 확보 길은 안개 속에 갇힌 형국입니다.
문제는 세수 확보방안에 대한 대안도 없이 대규모 예산 투입이 필요한 총선용 공약들만 난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새해 총수입 증가…'기저효과'
기획재정부가 14일 발간한 '월간 재정 동향' 3월호를 보면 올해 1월 누계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조7000억원 증가한 67조1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세수 목표 대비 실적 비율을 뜻하는 '진도율'은 1.2%포인트 상승한 11.0%로 집계됐습니다.
국세 수입의 경우 1년 전보다 3조원(7.1%) 증가한 45조9000억원입니다.
세외수입은 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00억원 늘었습니다. 이는 우체국예금 특별회계 이자 수입이 3000억원 증가한 영향에 기인합니다. 기금 수입은 2조3000억원 증가한 18조8000억원이었습니다. 보험료 수입이 1조3000억원 확대된 영향입니다.
총지출은 55조9000억원으로 4조8000억원 늘었습니다.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사업 중심으로 지출이 확대됐습니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간한 '월간 재정 동향' 3월호를 보면 올해 1월 누계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조7000억원 증가한 6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한 점포 임대 안내문. (사진=뉴시스)
세수 증가는 작년 대규모 '세수 펑크'에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됩니다. 작년 1월 총수입은 61조4000억원으로 2022년 1월 총수입인 65조3000억원 대비 3조9000억원 모자랐습니다.
특히 총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은 42조9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1월 국세 수입인 49조7000억원보다 6조8000억원 적은 수준입니다.
올 1월 국세 수입 역시 2022년과 비교하면 3조8000억원 덜 걷힌 상태입니다. 즉, 올해 총수입액이 늘긴 했으나 세외수입과 기금 수입이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됩니다.
세외수입 세부 항목으로는 정부 수입 가운데 조세 이외에 재화 및 용역의 판매 수입, 국공채 및 차입금·차관수입, 전년도 이월금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통상 1월이 '흑자의 달'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 달부터 바로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도 '2024년도 예산안' 발표 당시, 올해 나라 살림살이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의 91조6000억원 적자를 전망한 바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같은 세수 펑크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지난달 '1월 국세 수입 현황' 발표 때 "5월 종합소득세 실적까지 봐야 좀 더 정확한 연간 세수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같은 대규모 세수 부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간한 '월간 재정 동향' 3월호에 따르면, 올 1월 누계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조7000억원 증가한 6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긴축 재정한다며 '퍼주기' 논란
일부 정치권에서는 줄곧 주창한 '건전재정'은 뒤로 하고 민생토론회에서 대규모 예산 투입이 필요한 정책들만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야당 측은 "지난 5일까지 진행된 17차례 민생토론회에서 총 925조원에 달하는 퍼주기 약속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관해 대통령실은 "중앙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10% 정도"라며 "야당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조세 확보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재정 투입에 대한 공약은 우려 요소입니다. 아울러 정부 기조가 법인세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법인세는 기대보다 덜 걷힐 가능성도 높습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올해 정부 예산으로 편성된 게 656조원 규모인데 전국을 돌면서 1000조원 가까이 되는 예산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며 "단기, 중기, 장기 사업이 막 여러 공약으로 섞여 있는데 정부는 현재 그 정도 예산이 없는 데다가 행여나 그 예산이 있다 치더라도 사회 간접 자본(SOC)이나 지역 민원 해결에만 다 쓰는 것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안 소장은 "결국 예산이 모자라 작년처럼 연구 개발(R&D)이나 교육, 민생, 복지 예산은 또 확 줄이게 될 것 아니냐"며 "거기다 부자, 대기업 감세까지 추진하는데 지금 걷힌 세금으로 1000조원 가까이 되는 사업 공약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것은 부자 감세, 대기업 감세를 중단하고 내수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서민은 돈이 없어 주머니를 못 열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내수 활성화 예산을 집행해 자연스럽게 세금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회계 주된 재원인 국세 수입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반도체 산업이 호황으로 가고 있는 데다, 금리 인하 등으로 물가도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있어 추후 법인세를 더 걷으면 재정 건전성도 나아질 거라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간한 '월간 재정 동향' 3월호를 보면 올해 1월 누계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조7000억원 증가한 6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