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앞둔 공급망 돌파구 'IPEF'…셈법은 복잡

내달 앞으로 다가온 IPEF 발효
공급망 돌파구 대한 기대감 상승
'IPEF 폐기' 선언 트럼프 리스크 '걱정 반'
"첫 협의체 어떻게 이어갈지 지속성 필요"

입력 : 2024-03-17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정이 내달 발효를 앞두면서 공급망 돌파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선 등 이른바 트럼프발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국가 간의 조약에 따라 구속력이 없는 만큼, 후속적 이행과 공급망 안정화 여부는 담보 상태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7일 정부와 통상 전문가, 무역업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IPEF 공급망 협정(필라2)이 다음달 한국에서 발효되면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IPEF 공급망 협정 비준서는 지난 6일 의결한 뒤 IPEF에 기탁하면 30일 뒤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정확한 발효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IPEF에 기탁 전 내부 행정절차를 거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정부의 내부 보고가 완료되면 기탁시점에 따라 발효 날짜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IPEF 협정 발효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미 대선 리스크를 우려한 리스크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시 'IPEF 폐기'를 선언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14일 노건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회의실에서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IPEF 참여국 14개국 장관(급)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4월 발효 앞두고 '기대 반'
 
IPEF는 2022년 5월 미국이 주도해 출범한 다자 경제협력체입니다. 내달 IPEF 공급망 협정 발효로 우리 정부는 주요 자원에 공급망 위기가 닥칠 경우 미국·일본·호주 등 14개 국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발 '요소수 대란' 등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공급망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공급망 협정은 상시 공급망 협력 강화, 위기 시 협력할 수 있는 메커니즘 마련 등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원 부국인 호주, 인도네시아 등과 기술 선도국인 미국, 일본 등 여러 경제적 특성을 가진 국가가 함께 참여해 상호보완적 협력체를 구축합니다. 
 
앞서 6일 우리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IPEF 공급망 협정 비준서를 심의·의결했습니다. 의결 뒤 비준서를 IPEF에 기탁하면 30일 뒤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미국·일본·인도·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선 지난달부터 공급망 협정이 발효 중입니다.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초 제안한 이 협력체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모여 공급망 교란,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대응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인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피지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 대선 리스크 '걱정 반' 
 
공급망 돌파구에 대한 기대감에도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해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유세에서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IPEF를 즉각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미국 노동자의 권익을 반한다는 명분으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12개국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IPEF 무역 협정 분야가 '제2의 TPP'라며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11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IPEF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IPEF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경제협력협정(EPA) 등과 달리 법적 구속력도 없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힙니다. 때문에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문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서 정상들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첫 협정 의의…유사 체계 만들어야 "
 
예상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팀 부연구위원은 "아직 미 대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 성향 자체가 과거 정부에 했던 협정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성향이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IPEF 협정 등은 현재 진행 중이며 이제 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지속 미 대선 등에 따른 리스크를 모니터링하며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통상전략실 부연구위원은 "IPEF는 미국 주도로 시작이 되긴 했지만, 참여하는 국가 간에도 굉장히 큰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이행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행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기존 협정들은 또다시 재논의될 수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IPEF가 최초로 공급망 협정 등을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서 의의를 가지고 향후 이를 벤치마킹해 유사한 체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며 "구속력 없는 협상이지만 후속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서 이행을 담보하고, 어떻게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공급망 안정화에 도움이 되게 협의체를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준비는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 대선 결과를 예상할 순 없으나 현재 IPEF는 국가 간의 조약이며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협정 국가들의 이행 의지를 지속 확인하고 있으며 미 대선 등에 따른 리스크는 지속 살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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