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아티스트의 연인

입력 : 2024-03-21 오전 11:38:57
주식 시장에서 아티스트의 영향력은 강력합니다. 상장된 엔터회사의 경우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영향력이 높아진 아티스트의 행보에 따라 회사 주가가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주가 급등과 급락 사이,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요즘 주식 시장에선 배우 '이정재'를 '상한가의 남자'로 부르는데요. 이정재와 연관된 회사 주가가 급등세를 탔기 때문입니다. 이정재와 관련된 회사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정재가 현대고 동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훈 테마주'에 탑승했는데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던 한동훈 테마주의 열기는 이정재가 투자에 참여한 회사와 '이정재의 연인'으로 알려진 임세령이 부회장으로 있는 대상(001680)그룹 관련주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달엔 이정재가 최대주주로 있는 와이더플래닛(321820)이 지분 투자에 참여한 드라마제작사 래몽래인(200350)까지 주가 급등 양상을 보였습니다.
 
단순히 이정재의 투자 참여만으로 주가 급등이 나타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해석하진 않습니다. 회사 주가는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되면서 수급이 몰리며 올라가는 것을 정상적인 범주로 해석하는데요. 시장에선 이정재 관련주를 한동훈 테마주로 해석합니다. 가시적인 실적 성과가 아직은 없기 때문인데요.최근 이정재가 지분 투자에 참여한 래몽래인은 '재벌집막내아들' 드라마 제작 회사로 유명합니다. 유명세에 비해 실적은 부진한데요. 래몽래인은 2022년부터 작년까지 2년째 적자가 지속 중입니다. 작년 매출은 408억8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9% 줄었고 영업손실은 87억4100만원으로 적자폭이 40% 가량 확대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 위한 기획투자개발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부진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지만, 매출 감소와 영업 적자 확대는 기업의 경영이 난맥상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래몽래인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사실상 최대주주로 등극한 이정재의 묘수가 주목되는데요. 지분 관계로 엮인 와이더플래닛, 위지윅스튜디오(299900), 래몽래인 세 회사의 콘텐츠 밸류체인(Value Chain) 시너지가 실제 매출 증가와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갑니다. 
 
주가 급등을 불러온 이정재와 반대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아티스트도 있습니다. 최근 열애설이 불거진 에스엠(041510) 소속 걸그룹 에스파(Aespa)의 리더 카리나인데요. 카리나의 열애설이 전해진 지난달 27일 이후 에스엠 주가는 7거래일 만에 13% 가량 내렸고요. 절대적 주가 수준은 1년래 신저가로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증발된 시총은 2335억원 가량으로 집계됩니다. '2300억원 짜리 열애설'이라고 에스엠 주주들이 성토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주 뿐만 아니라 에스파 팬덤도 강경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열애설이 꼭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이정재의 연인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의 대상홀딩스는 이정재 덕분에 테마성 급등주에 올라탔기 때문입니다. 반면 카리나 소속사 에스엠 주가는 흔들렸습니다. 사랑을 하는 것 보다 누구와 사랑을 하는지, 그 대상이 주식시장에선 중요한가 봅니다. 아니면 청춘의 사랑이냐, 중년의 사랑이냐 그 차이일까요? 
 
최성남 엔터산업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