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전전긍긍'…소비자 체감은 '싸늘'

aT 직수입한 오렌지·바나나 시장 공급
부처 장·차관들도 물가 잡기 액션 행보
소비자 체감 물가 낮추기 '관건'
농림식품부 장관, 소비자단체와 '액션행보'

입력 : 2024-03-21 오후 5:54:17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범정부적 물가잡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물가기관들로서는 노심초사한 분위기입니다. 과일값을 잡으면 채소값이 오르는 등 하루가 멀게 어떤 품목이 급등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할인 지원 등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실질적 체감 물가 하락으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직수입한 오렌지·바나나 등 수입 과일을 대형마트에 공급합니다. 오렌지·바나나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수입과일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를 통해 최대 20%까지 할인이 지원되는 겁니다.
 
대형마트는 소비자 부담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자체 할인까지 더해 판매할 계획입니다. 
 
3월 중 시장 공급 규모는 바나나 1400여톤, 오렌지 600여톤 등 2000여톤 이상입니다. 지난 3월 18일 직수입 품목도 대폭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파인애플·망고 등을 최대한 빠르게 도입, 3~4월 중 집중 공급할 계획입니다.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사과·배 등 과실류 가격 안정을 위해 직수입한 오렌지·바나나가 시중에 풀린 3월 2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바나나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잡기 '전전긍긍' 
 
하지만 이같은 정책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싸늘합니다. 특히 채소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외식 물가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기준 외식 품목 중 냉면·비빔밥·삼겹살 등 품목이 전월 대비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냉면 전월보다 0.6% 오른 평균 가격은 1만1462원으로 조사됐으며 비빔밥은 전월보다 1%, 삼겹살 0.4%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폭이지만 매월 주요 외식 품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률은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오이·당근 등 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서민 음식인 '김밥' 가격도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323원인데, 전년 동월(3100원) 대비 7.2% 올랐습니다. 
 
실제 김밥 속 재료인 오이의 전국 소매판매 평균 가격은 21일 기준으로 2만330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년 전(1만9970원)과 비교했을 때 16% 오른 금액입니다. 당근도 이날 기준 소매판매 평균 가격이 4511원을 기록했지만, 1개월 전(3983원)과 비교했을 땐 13.3% 오른 금액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물가 품목에 정부도 매일 동향을 살피고 있지만 고민이 역력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오르는 품목들이 어디서 어떻게 튈지 몰라 사실 난감한 상황이다. 부처별 관리 품목도 다르고 사실 인건비, 건물임대료 등의 요인도 있다"며 "연이어 물가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데 체감 물가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차관을 중심으로 '비상수급안정대책반'을 가동해 물가 안정 대책 추진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며 "생산자단체, 유통업계, 식품업계, 소비자단체 등 각 경제주체와 함께 현장 점검을 하는 등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3월 18일 서울 시내 음식점 앞에서 한 시민이 가격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씀씀이도 줄여…마트 매출 하락세
 
장바구니 물가의 오름세로 인해 마트들의 매출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할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로서는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올해 1월 소매판매액은 51조9069억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전월(55조9064억원) 대비 7% 감소한 금액입니다. 
 
올해 1월 대형마트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9.2% 감소했습니다. 이 중 식품 매출은 7.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백화점의 경우 올해 1월 전반적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지만 식품 매출은 14.4%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KERI 경제 동망과 전망:2024년 1분기' 보고서를 통해 내수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는 1.6%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물가라는 건 정부가 손을 안 댄다고 해서 한 없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손을 대지 않아도 수요가 낮아지면 물가가 저절로 조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금리가 낮아지지도 않았고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갖출만한 여건이 아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이 확 떨어지지 않는 이상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가계소득 부족 문제로 소비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잡는다곤 하지만 실제로 잡히지도 않는 데다, 현 상황에선 물가 하락 효과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단체와 농식품 수급 동향 및 정책 추진현황을 공유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는 할인지원 할인율 상향, 납품단가 지원 품목을 확대해 소비자 체감 물가를 직접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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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