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공수처로…이러지도 저러지도 '난관'

이종섭, 귀국 이유로 '업무'…힘 빠진 공수처, 주도권 상실

입력 : 2024-03-21 오후 5:59:09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호주대사가 도피성 출국 11일 만에 귀국했습니다. 여야 모두 즉각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환 조사를 요구함에 따라 이제 공은 공수처로 넘어갔습니다.
 
준비 안 된 공수처, 난관 봉착 
 
공수처는 난관에 봉착한 기류입니다. 수사 진행 상황을 감안해 소환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게 공수처 입장입니다. 그러나 일반 수사에 대입했을 때 아직은 공수처라 이 대사를 불러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입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사무실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에 대한 포렌식 절차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이 대사 이외에 김 사령관, 유재은 법무부 법무관리관 등 다른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당장 이 대사를 소환하자니 유의미한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소환 시점을 늦추자니 공수처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당한 출국금지를 이어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공수처는 현재 수장이 공백인 상황으로, 내부 전열조차 재정비되지 않아 해당 사건을 주도할 힘조차 달립니다. 
 
이종섭 추가 출국금지도 '글쎄'
 
이 대사가 귀국 명분으로 내세운 한국과 호주 간 '외교·국방 장관 2+2 회담'은 4월 총선 이후 개최될 전망입니다. 이 대사는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귀국 이유로 '업무'만을 강조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 대사는 총선 무렵까지는 계속 국내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공수처가 귀국한 이 대사를 상대로 다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할 지도 관심입니다. 출국금지 조치의 열쇠는 법무부가 쥐고 있습니다. 대사 신분이라는 이유를 들어 법무부가 이 대사에 대한 공수처의 출국금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야당은 공수처 소환을 넘어 즉각 파면을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당겼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즉각 이종섭 대사를 해임하고 출국금지시켜야 한다"며 "이 대사는 국기문란 사건의 명백한 핵심 피의자"라고 규정했습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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