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AI' 또 위법 논란…'로톡 사태' 학습효과 없다

변협, AI 법률상담 서비스 고발 검토…"변호사법 위반"
법조계 "AI 시대 도래…법률시장 '혁신' 발목 잡힐라"

입력 : 2024-05-23 오후 4:23:27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인공지능(AI) 법률상담 서비스에 대해 형사고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법률 AI 논란이 재발하고 있습니다. 전문 직역과 신규 법률 플랫폼 간 갈등으로 대표되는 '로톡 사태'를 겪었던 변협이 또다시 규제 방침을 내세우면서 법률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최근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선보인 리걸테크 스타트업 '엘박스'와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대한 형사고발 검토를 마쳤습니다. 변협 관계자는 "고발 가능 여부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했다"며 "다만 언제 어떻게 형사적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조계에는 AI를 활용한 법률상담 서비스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먼저 엘박스는 지난달 29일 변호사용 법률 AI 챗봇 '엘박스 AI'를 출시했습니다. 변호사가 질문을 하면 보유한 판결문과 유권해석 등을 종합해 AI가 답변하는 형식입니다. 대륙아주도 로펌 최초로 AI 기반의 법률상담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리걸테크 벤처기업인 넥서스AI가 네이버의 대규모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개발한 것인데, 24시간 법률상담이 가능합니다. 
 
비변호사의 변호사 활동을 통한 이익 위법
 
변협은 이들이 제공하는 AI 서비스가 위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비변호사인 AI가 변호사 활동인 법률상담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대륙아주의 경우 무료 법률상담이라는 홍보문구는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륙아주는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해당 문구를 ‘법률 Q&A’라는 표현으로 바꿨습니다. 
 
반면 AI 법률상담 서비스 업체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변호사법이 규정하는 법률 사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변협은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 A씨에게 이달 30일까지 대륙아주의 AI 서비스에 관한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변협은 또 대륙아주를 내부 징계조사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습니다.
 
법조계 "법률 산업혁명 오히려 늦어"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AI 법률상담 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법률시장에서 AI 시대가 도래하고, 그에 따라 법률상담 서비스가 변화하는 추세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미 챗GPT가 등장하고 AI가 빠른 속도로 학습능력을 획득하는 시점에서 마냥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막는 건 법률시장의 혁신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리걸테크산업협의회 회장인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법률시장은 이제서야 법률 산업혁명을 겪고 있다.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모든 변호사 제도는 국민의 것인데 변호사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국민에게 시대에 맞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리걸테크는 옳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변협은 형사고발과 징계여부 검토는 시대흐름과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변협 관계자는 "법령과 회칙을 위반한 것으로 시대흐름과 관계없이 법 위반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법무법인 대륙아주, 넥서스AI와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 기반으로 개발한 법률 Q&A(질의응답) 서비스 'AI 대륙아주' 서비스가 정식 오픈했다고 지난 3월20일 밝혔다. 사진은 'AI 대륙아주' 출범을 위한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이재원 넥서스AI 대표(왼쪽부터)와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제공/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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