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해 온 민생토론회가 4·10 총선을 앞두고 잠정 중단했습니다. 오는 28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대통령 지방 일정 자체가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간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둘러싼 '관권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야당은 "민생토론회에서 제시된 공약에 들어가는 비용이 1000조원"이라며 사전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26일 현재 윤 대통령은 총 24번의 민생토론회 중 수도권에서 14번(서울 4번·경기 9번·인천 1번), 영남에서 4번(부산·울산·대구·경남 창원), 충청권에서 3번(대전·충남 서산·충북 청주), 강원도에서 2번(춘천·원주), 호남에서 1번(전남) 등의 업무보고를 진행했습니다.
24차례 중 경기도 9번 …마지막은 '이원모' 지역구
24번의 민생토론회 중 9번은 경기도에서 진행했습니다. 고양·수원·의정부·성남·분당·하남·광명시에서 각 1번씩 열었습니다. 용인시는 2차례나 방문했습니다. 지난 1월4일 제1차와 지난 25일 23차 민생토론회였는데요. 전날에 찾은 용인갑에는 '친윤(친윤석열)계'이자 전직 검사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뛰고 있습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이언주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을 향해 "공약 장사하러 용인에 왔느냐"며 "관권을 동원해서 민생토론회를 가장한 선거운동을 해왔다는 사실은 이미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민생토론회에서 남발하고 있는 선심성 약속에 드는 돈만 해도 1000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사과하고 시정하든지, 재원 마련 대책을 발표하든지 아니면 남발하고 있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인정하든지 택하라"고 덧붙였습니다.
경기에서 민생토론회가 열린 지역을 보면 상당수는 여야의 경합지입니다. 경기의 의석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요. 전체 지역구 의석 254석 가운데 경기 의석수는 60석입니다.
수도권에서 두 번째로 많이 열린 서울의 경우 영등포구와 동대문구, 성동구 등을 각각 찾았습니다. 이곳도 각 민생토론회 개최 당시 '경합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서울 의석수는 48석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습니다. 영등포구 역시 윤 대통령이 2차례 찾았습니다. 영등포갑에서는 4선 중진의 김영주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섭니다.
당선 가능성 없는 호남 '고작 1차례' 방문
낙동강 벨트가 있는 영남과 중원 승부처인 충청권도 많이 찾았습니다. 특히 영남의 민생토론회 개최지인 부산(18석), 대구(12석), 울산(6석), 경남(16석)의 총 의석수는 52석입니다. 영남이 국민의힘의 강세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충청권을 살펴보면 민생토론회 개최 지역이었던 대전(7석), 충남(11석), 충북(8석)의 총 의석수는 26석(세종 포함 땐 28석)입니다. 충청권은 대체로 여야의 경합지역으로 꼽힙니다. 이날 민생토론회도 충북 청주에서 열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남의 경우 전남에서 1차례 열렸습니다. 의석수는 광주 8석, 전북 10석, 전남 10석으로 총 28석입니다. 경기(60석)의 절반도 되지 않는 데다,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뒷전으로 밀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의석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민주당이 강한 제주도(3석)에서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의석수가 적은 편이지만 여야가 경합 중인 강원도(8석)의 경우에는 후반부인 19차와 22차 등 2차례만 개최됐습니다.
민생토론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숫자로 보는 민생토론회'라는 카드뉴스를 통해 그간의 업적을 자화자찬했습니다. 22차까지 윤 대통령의 누적 이동거리는 4970㎞, 참석 국민은 1671명, 민생토론회를 통해 추진 중인 민생정책 개선 과제 359건, 행사 이후 정책 개선까지 걸린 최단 시간은 3시간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