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불모지 태국 뒷얘기)경찰도 보험 영업을 하는 나라

한국과 달리 공무원 영리업무 허용
태국판 '꽌시' 보험영업에 이용하기도

입력 : 2024-03-29 오전 6:00:00
 
(방콕=윤민영 기자) 태국의 보험영업은 특이한 부분이 있습니다. 공무원이 보험 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보험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요. 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찰이 보험 설계사 자격증을 따서 부업으로 보험영업을 하는 경우입니다.
 
경찰이 보험 상품을 판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공권력을 악용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마치 중국의 '꽌시' 문화를 연상케 합니다. 태국은 군부 세력이 독재하고 있고 왕은 군부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해하는 민주주의와는 다른 국가 체제의 색깔을 띄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공권력을 활용한 꽌시 문화가 짙은 것도 사실입니다. '꽌시'는 중국어로 '관계'인데요. 공과 사를 구하지 않고 친밀감이 있는 관계는 적절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꽌시가 그리 좋지 않은 뜻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공직자가 권력을 남용해 금전적으로 이득을 보면 그 대가로 뒤를 봐주는 식입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공권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태국은 실제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양국 간 관계도 돈독하다고 합니다. 태국 군부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 중국이 군부와 정부를 지지하는 쪽입니다. 태국의 꽌시 문화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 짓기는 무리일 수 있습니다. 갑과 을이 존재하는 인류 사회에서 그러한 문화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보편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베트남도 꽌시와 비슷한 '띵깜'이라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독재 시대였던 1980년대만 해도 꽌시 문화가 심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꽌시 문화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금전적 갈취와 대가를 주고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금전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아니라 더 편리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도가 아닌 방법이 있다는 뜻입니다. 공무원 겸직이 허용되는 태국에서 꽌시의 흔적이 결합한 경우이니, 어떤 면에서는 상호 간 필요성을 느끼는 문화일 수도 있습니다. 공권력 남용 보다는 꽌시의 진짜 뜻인 돈독한 관계가 형성된다면요.
 
태국에서 개인 채널을 통한 보험 가입이 모두 불합리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태국에 진출한 한국계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타국의 문화, 경쟁사의 영업 방식을 벤치마킹 하거나 본인만의 노하우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법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영업 방식 때문에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회사들의 고민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사뿐만 아니라 타 금융권이나 산업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겠지요. 본국의 도덕적 영업 기준을 지키면서 현지에서도 좋은 인식을 가진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태국은 경찰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등 공무원 겸직이 가능한 국가다. 이른바 태국판 '꽌시' 문화가 영업에 작용하기도 한다. 사진은 방콕 아속역 부근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방콕=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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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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