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산업·경제적 부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규제영향평가 등 규제 사전평가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사전 평가제도 중 하나인 중요규제 심사 비율은 3%대에 불과한데다, 정부입법 규제는 제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환경·노동·안전 등 사회적 목적 정책과 관련한 규제의 폐지·완화 논의는 어려운 만큼, 기업·산업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사후적 시점의 실증 평가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7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하향식 규제개선 체계 구축과 사후적 산업경쟁력 영향 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신설·강화된 규제는 총 304건에 달합니다.
규제↑…경제적 제약 OECD 중 6위
이중 경제적 규제는 151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경제적 규제, 행정규제는 각각 104건, 49건 늘었습니다.
7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하향식 규제개선 체계 구축과 사후적 산업경쟁력 영향 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신설·강화된 규제는 총 304건에 달했다. (출처=산업연구원)
규제 개혁을 주창하고 있지만 빗장걸기 실상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무엇보다 경제적 규제는 진입·경쟁·가격 규제를 포괄하는 규제로 기업의 본원적 활동을 저해하고 직접적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상품시장규제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6위를 기록하는 등 코스타리가, 터키, 콜롬비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높은 수준입니다.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은 우리나라보다 상품시장규제강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증가한 신설·강화 규제 중 경제적 규제를 연도별로 보면 2017년 25건에서 2018년 24건, 2019년 24건, 2020년 34건, 2021년에는 44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밖에 비경제적 규제면에서는 안전·환경·노동 정책 등과 관련한 내용이 강화됐습니다. 대표적 비경제적 규제로는 화학물질 관련 법안, 주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환경부 소관 규제도 2017년(3073개)과 비교해 2021년 3482개로 13.3% 증가했습니다.
지난 1월 31일 민주노총과 생명안전행동, 정의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협상 시도 중단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전적 규제 평가 '실효성 의문'
규제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 현행 '규제영향분석', '중요규제심사'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도들은 새롭게 도입되거나 또는 강화되는 규제를 대상으로 사전에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는 사전적 규제 평가입니다.
특히 파급효과가 큰 규제는 '중요규제'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대상입니다. 하지만 중요규제 심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2017년~2019년 신설·강화 규제의 3.5%만이 중요규제 심사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신설규제의 97.5%, 강화규제 95.2%는 '비 중요규제'로 위원회 심사에서 배제됐습니다.
중요규제는 규제 시행에 따라 규제를 받는 집단과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 100억원 이상인 규제, 규제를 받는 사람의 수가 연간 100만명 이상인 규제, 명백하게 진입이나 경쟁이 제한적인 성격의 규제, 국제 기준에 비춰 규제 정도가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규제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더욱이 사전적 규제심사에서 의원 입법 규제는 제외됩니다. 2017년~2021년 신설·강화 규제 중 89%가 사전적 규제심사 비대상인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3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앞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후적 산업경쟁력 영향평가 구축해야"
사전적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후적 단계에서 규제의 산업·경제적 영향평가 시행과 규제 개선·보완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규제 사전평가는 규제 도입 이전 시점의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정보·가정 기반에 따라 예측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규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 완화를 위해 도입 이후 실증적 증가에 기반한 사후적인 경제적 영향평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산업정책적 보완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산업연 측의 설명입니다.
특히 고유 정책 목적의 비정규적 규제는 완전히 폐지하거나 어렵습니다. 환경·노동·안전 등 사회적 목적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사후적 시점의 실증 평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송단비 산업연 부연구위원은 "환경·노동·안전 등 비경제적 규제 폐지·완화는 정책 고유목적에 대한 훼손 위험이 존재한다"며 "때문에 관련 기업·산업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사후적 시점의 실증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첨단산업에서 규제개선 과제가 특정 법령에 집중된 동시에 산업 가치사슬 및 기업 활동 전반에 분포해 법령 하위 단위의 건별 규제개선 방식의 한계가 존재한다"며 "법령 수준에서의 평가와 세부 과제의 포괄적인 개선 추진을 통해 규제 일관성 확보 및 개선 효율성 증대, 경제적 비용 완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정책적 보완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