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의정 갈등으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진료지원(PA) 간호사들 외에 한의사와 치과의사들의 업무범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번 사태가 의사들의 진료독점권에 대한 재논의로까지 비화되는 모습입니다.
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PA 간호사의 교육을 강화하고 제도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9000여명의 PA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고, 추가로 2700명을 충원할 예정”이라며 “PA 간호사 제도화를 위한 법적 근거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또 9일부터 한시적으로 장기 처방 시 검사평가를 거쳐야 하는 의약품에 대해 의사의 판단 하에서 검사평가 없이 30일 이내 처방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의료인력 부족으로 의약품 처방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만성 환자에 대한 재처방 요건을 완화한 겁니다.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8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PA 간호사의 수술보조를 허용하고 있지만 의사의 진료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진료행위를 지시할 인력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의료법에 따라 의료행위 지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의사와 치과의사에 대한 업무범위를 한시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이 8주차에 접어들면서 부족한 현장 인력을 위한 조치들과는 별도로, 그동안 제기돼 온 의사 진료독점권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들의 의료독점, 사회적 논의 필요”
경실련 중앙위 부의장인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는 “의료법은 의료행위에 대한 명시적 규정 없이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 5개 분야 의료인만을 정해 놓고 있다”며 “다만 관행적으로 의료행위가 의사 중심으로 해석돼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뿐 아니라 장기적인 의료계 발전을 위해서 의사들에 집중된 과도한 의료 독점 권한을 손봐야 한다”며 “현재 추진 중인 간호사법 논의도 그렇고, 의료법이 의사법으로 한정되지 않도록 다양한 의료계 주체들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협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은 지난 4일 열린 취임식에서 “전 국민이 양의사들의 눈치만 보는 작금의 현실은 양방 중심의 보건의료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내 보건의료계의 개혁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양방 공중보건의사들이 병원으로 파견을 가게 되면서 이들이 근무하던 지방의 의료소외 지역도 위기에 처했다”며 “한의사들을 활용해 의료소외 지역의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