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여야를 떠나서 동작구를 위해 일할 사람을 뽑으러 왔어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오전 9시쯤 흑석동 제1투표소가 설치된 서울시 동작구 흑석초등학교에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투표를 하고 나온 50대 유권자 유(61) 씨는 총선에 나온 정치인들이 최소한 본인의 공약만큼은 지켜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유 씨는 "누구를 뽑든 다 자기들 좋은 일만 하는 거 알지만, 그래도 투표해야지 어쩌겠냐"면서 "이번에는 자기들끼리 싸우는 거 말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잘 살 수 있을지로 싸우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총선의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동작을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한강벨트의 한 축인 동작을에는 5선에 도전하는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와 경찰 총경 출신 류삼영 민주당 후보가 맞붙고 있습니다.
제22대 총선날인 10일 오전 서울시 흑석동 제1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 (사진=박한솔 기자)
유권자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민주당에게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은 정권심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투표장에 온 박모(58)씨는 "애들이 오늘 쉰다고 늦게까지 잘 기세길래 어머니 모시고 투표하러 오면서 애들도 깨워서 데려왔다"며 "워낙 경기도 안 좋고, 뉴스를 봐도 좋은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습니다.
30대 유권자 이모(33)씨는 "최근 한동훈이 '민주당이 되면 윤석열이 위험하다'는 발언을 해서 오히려 이번에 무조건 민주당이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면서 "비례대표도 고민하다가 야당의 압도적 승리를 원하는 마음으로 골랐다"고 답했습니다.
흑석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유권자 김모(23)씨는 "제 지인이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났는데, 대처를 봤을 때 이 나라가 왜 존재하는지, 왜 이 나라에 계속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말을 다 들어주지 않으니까 투표로 의사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 흑석동 제1투표소. (사진=박한솔 기자)
반면 나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은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후보가 당선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를 찾아온 80대 유권자는 "나경원은 정치를 오래해서 참 잘하고, 한동훈도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면서 "민주당처럼 범죄자가 그렇게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고 다니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흑석동 주민 김모(51)씨도 "나경원은 예전부터 교회도 오고, 시장에도 오면서 시민들이랑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며 "아무리 국민의힘이 못해도 지역에서 보지도 못했던 민주당 후보를 뽑을 순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적인 견해보다는 공약을 기반으로 지역에 도움이 될 후보를 뽑는다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두 자녀와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 이모(39)씨는 "투표 때는 일부러 아이들도 데리고 오는 편"이라면서 "작은딸이 오늘 아침에 '엄마는 윤석열을 뽑을꺼냐'고 물어봐서, 윤석열은 대통령이라 뽑을 수 없고, 나경원과 류삼영 중 우리나라를 더 잘 살게 해줄 사람을 뽑을 거라고 설명해 줬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유권자 이모(25)씨도 "정권심판인지 뭔지 그런 것 보다는 공약집을 보고 우리 동네에 도움이 될 거 같은 후보를 선택했다"면서 "다들 너무 정치적으로만 투표하지 말고, 지역을 위해 희생할 사람을 뽑았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10일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에 걸린 후보자 플래카드.(사진=박한솔 기자)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