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약, 숏폼 중독…높아지는 '국회 관심' 목소리

입력 : 2024-04-11 오후 2:55:38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티끌모아 태산’. 숏폼 중독을 잘 나타내는 속담입니다. 숏폼 이용자라면 누구나 1분도 안 되는 숏폼을 보다가 몇 시간을 흘려보낸 경험이 있을 텐데요. 숏폼 중독은 디지털 마약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최근 긴 글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증상은 ‘팝콘브레인’이라고 하는데요. 뇌가 팝콘처럼 튀어오르는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팝콘브레인은 이용자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숏폼을 보면서 더 큰 자극을 찾게 만듭니다. 지속적으로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도파민 분비가 단시간에 반복적으로 유도되면서 숏폼이 주는 재미에 중독되고, 결국 크고 짧은 자극에만 반응하는 뇌 구조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SKT 홍보모델이 홍대 소재 ICT 복합문화공간 T팩토리에서 ‘도파민 디톡스’를 체험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뉴시스)
 
성인이라면 스스로 통제와 조절을 통해 해결할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가 발달하는 청소년 시기에 인지와 정서 발달에 대한 숏폼 중독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국회의 입법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맞춤형 광고나 정교한 영상 추천 알고리즘에 이끌려 청소년들의 중독이 쉽게 유발되는데요. 현재 이에 대한 대응으로는 사후적으로 확인해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인 경우에만 차단하는 방식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이는 처리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없이 쏟아지는 영상을 모두 검사하고 차단할 수 없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합니다.
 
선제적 관리를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명시하고 어느 정도 영업방식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이런 내용의 근거 법률이 필요합니다.
 
근거 법이 있어야 청소년에 대한 맞춤형 광고의 금지, 나이에 따른 앱 사용 제한, 스마트폰 이용 시간제한, 디지털 중독 치료캠프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의 대책이 수립될 수 있습니다.
 
과거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금지하는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가 약 10년간 시행되며 논란 끝에 폐지되면서 ‘게임시간 선택제’로 규제가 완화됐는데요. 강제적 셧다운제가 지나친 제한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2011헌마659).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 인터넷게임에 과몰입과 중독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 자발적 중단이 어려운 인터넷게임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16세 미만 청소년에 한해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게임업체의 직업수행의 자유,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었습니다.
 
디지털 중독증상을 보이는 청소년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고, 인지와 정서 발달에 영향을 받는 비율도 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따른 해악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면, 신체나 정서의 발달 과정에 있어 중독 피해를 돌이키기 힘든 청소년 보호를 위한 입법은 신속하고 촘촘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하면서도 기업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입법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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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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