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채상병 특검법’이 임박한 가운데 특검 도입시 채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기록 이첩을 보류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경찰로 넘긴 기록을 다시 회수한 과정 등에서 윗선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게 관건입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연일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면서 5월 2일 본회의 처리 방침을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을 의제로 올리겠다는 입장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의 이창민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여당이 채상병 특검 추진을 자초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이미 수사 중인 사건이지만, 여당이 공수처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수처장 후보들이 지난 2월 추천됐지만 대통령이 두 달 넘게 지명을 미루고 있다. 지휘부가 없는 상황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하긴 힘든 것”이라며 “야당 입장에서 정치적 고려를 떠나 국민적인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해 특검 도입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해병대 예비역 연대-야6당 채상병 특검법 신속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국회에 부의된 채상병 특검법은 채상병이 사망하게 된 원인을 규명하는 일과 함께 공수처가 수사 중인 수사외압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 민주당이 지난 3월 발의한 특검법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되고 출국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의 불법행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기존 특검법에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과정에 대한 의혹 관련 특검법을 병합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상병 특검이 도입되면 수사의 핵심은 수사외압 의혹이 될 전망입니다.
채상병 사망 당시 조사를 진행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이첩 결정을 결재한 뒤 하루 만에 다시 보류를 지시한 경위가 쟁점입니다.
이종섭 “자료 회수는 당연한 조치”
법조계에서는 특히 이첩 보류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 여부 규명을 핵심 과제로 꼽습니다. 해당 지시가 있기 전에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내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0일 박 대령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을 때 최종 결심을 위한 지휘계통상 결재가 아니라 통상적인 차원의 서명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이후 군사보좌관과 대화를 나누면서 ‘초급 간부들이 힘들어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전 장관 측은 박 대령이 이첩 보류 지시에도 경찰에 수사 기록을 넘기러 갔다는 보고를 받은 뒤 항명 수사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국방부 검찰단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경찰로부터 수사 기록을 회수한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조사 자료 회수는 귀국 후 사후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권은 이 전 장관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으면, 자료 회수를 지시한 윗선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 전 장관은 박 전 단장이 이첩 보류 명령을 어긴 것이기 때문에 자료 회수는 항명 혐의 수사의 증거 확보라고 봤습니다.
이종섭 전 호주 대사가 지난달 3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