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충무로①)‘문 닫는’ 66년 역사 대한극장…멀티플렉스 '명암'

1958년 개관 ‘아시아 최대 규모’ 대한극장, 66년 만에 폐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시대 이후 적자 규모 커져
‘충무로’ 한국영화 시대 막 내리는 상징성···“문화 다양성 실종”

입력 : 2024-05-03 오전 11:39:4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관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개봉작을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는 곳곳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가 아닌 영화관은 하나둘 자취를 감춰 전국적으로 소멸 직전에 이른 상태입니다. 영화관 소멸, 단순히추억 속 극장이 사라졌다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화에 매몰된 한국영화계의 현주소와 그로 인한 각종 폐단이영화관 소멸이라는 하나의 현상 안에 응축돼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계가 보내는 위기 신호, 영화관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영화계를 상징했던충무로의 마지막 보루, 대한극장이 폐관합니다.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지난달 29일 대한극장의 영업을 오는 930일 종료한다 밝혔습니다. 이로써 1990년대까지 서울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졌던 충무로-종로 극장 라인(스카라-명보-단성사-서울극장-대한극장)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습니다. 더 이상 충무로엔 영화관이 없습니다.
 
대한극장. 사진=뉴시스
 
66년 역사 대한극장 폐관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극장사업부 영화상영사업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지속적 적자해소회사소유자산의 효율화 및 사업구조개선을 폐관 이유로 밝혔습니다. 대한극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서울의 단관극장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한 영화감독은 “40대 이상 영화감독 중에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우지 않은 감독이 있을까 싶다면서단순한 극장이 아닌 역사가 사라진 것이다고 아쉬워했습니다.
 
1958년 개관한 당시만 해도 대한극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1900석이 넘는 단관극장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아시아에선 거의 유일한 70mm 원본 필름을 그대로 상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맥스가 보편화됐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극장의 압도적인 스크린 위압감은 체험 그 이상의 가치를 관객들에게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1998년 멀티플렉스 시대가 문을 연 이후 단관극장들은 경영난을 겪기 시작합니다. 충무로의 국도극장(1999), 스카라 극장(2005), 명보극장(2008), 종로의 단성사(2008), 서울극장(2021)이 차례로 폐관했습니다. 그나마 피카디리 극장만이 2007년 국내 멀티플렉스에 인수돼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대한극장 폐관 결정은 단순하게 하나의 영업장 폐업이 아니다라면서다양성이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아 마땅한 문화 산업에서다양성이 실종된 것을 증명하는 최악의 엔딩이다고 한탄했습니다.
 
대기업 자본의 수직계열화 폐단
 
영화계는 아쉬움과 안타까움, 한탄 및 비탄과 별개로 올 게 왔다는 반응입니다. 대기업 자본이 지배하는 수직계열화 시스템 속에서 독자적인 단관극장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겁니다.
 
영화계 또 다른 관계자는쉽게 말해 골목 상권에 대기업 계열 대형 마트가 파고든 것이라며단관 브랜드 극장들은 처음부터 멀티플렉스와 공정하게 상영 경쟁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국 주택가 인근까지 파고든 멀티플렉스 체인과의 접근성 싸움은 처음부터 게임 자체가 안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상영 시장은 멀티플렉스 3(CJ CGV(079160),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시장 점유율이 97%에 이릅니다. 이들 3사를 지배하는 대기업이 기획과 투자, 제작과 상영 및 판권까지, 이른바수직계열화로 한국 영화 시장을 지배하는 중입니다. CJ ENM(035760)이 기획 투자 배급한 영화가 CJ CGV에서 상영되고, 2차 판권으로 계열사 케이블 채널을 통해 풀리는 구조입니다. 롯데컬처웍스와 쇼박스 및 NEW(160550)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기업 계열 투자 배급사의 유통 구조도 거의 비슷합니다. 비빌 언덕 없는 단관극장은 유통에서부터불리함을 안고 출발합니다. 관객 유치를 할 수가 없고 경영난은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2016년 대기업 상영-배급 겸영 금지, 스크린 독과점 제한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끝내 무산됐습니다.
 
국내 최초 극장으로 알려진 인천의 애관극장도 폐관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국내 두 번째 극장인 전라남도 광주의 광주극장도 폐관을 고려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영화계의 또 다른 이름충무로’, 그리고충무로를 상징하는 대한극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대중문화의 상징적 공간이 하나둘 없어지는 지금. K컬처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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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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