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방향성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아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데다, 사회적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7일 윤석열 정부 노동·사회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구호에만 머물렀고 노동자를 배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3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에서 '주 69시간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69시간제 등 '노동개혁' 퇴행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개혁을 3대 핵심과제로 꼽았습니다. 특히 노동 분야는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을 가치로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습니다. 지난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최대 69시간 노동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결국 철회했습니다.
또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며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제고, 불법·부당 관행 개선, 5대 불법·부조리 근절, 근로시간제도 개선, 근로자대표제도 개선, 파견제도 선진화 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노조 활동 '통제'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박용철 위원은 "집권 2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사법치, 법치노동정책을 강조해 왔는데 이것은 노조 운영과 활동에 대한 통제"라며 "이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은 위축됐고 노사자치주의 원칙 역시 퇴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노조 조직률은 13.1%로 나타났습니다. 2020·2021년 14.2%를 기록했으나 1.1%포인트 하락한 셈입니다. 민간부분 조직률도 10.1%, 공공부문 조직률은 70%로 조사됐습니다. 2021년 기준 민간조직 조직률은 11.2%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현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언급하지만 실질적인 정책은 없었다"며 "미래노동시장위원회의 권고안은 정규직을 공격하는 임금유연화정책과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담고 있고, 상생임금위원회 역시 별다른 결과물 없이 논의를 경사노위로 떠넘긴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는 현재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먼 정책 수단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노동력 부족시대에 고용의 질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방향과는 배치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지난 5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및 국민연금 거버넌스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연금개혁도 '잡음'
교육개혁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였던 취학연령 하향은 반발에 직면돼 무산됐습니다. 2022년 정부는 취학연령을 만6세에서 만5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으나,사회적 반발이 거셌습니다. 아동 발단 단계, 신체적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습니다.
또 '늘봄학교'는 전면 시행 시기를 올해 말까지 1년 앞당기는 바람에 공간·인력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앞서 2월 교육부는 2025년부터 모든 초등학교에 전담조직인 늘봄지원실을 운영해 교사는 방과후·돌봄 업무를 완전 배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늘봄학교 업무를 총괄하는 늘봄지원실장을 임기제 교육연구사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늘봄지원실장 임기제 교육연구사 배치 계획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 교사의 83.2%가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전교조 측은 "돌봄이 교사 업무가 아니라고 하면서 교사를 임기제 교육연구사로 배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연금 개혁도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더 내고 더 받는 1안(소득보장안)을 선택했습니다. 1안은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게 주된 골자입니다.
하지만 해당 개혁안은 당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연금을 개혁하려는 목적이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재정 안정'이라며, 더 받는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최근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및 기금 거버넌스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대표단 56%가 동의했다"며 "결과로 확인된 소득대체율 인상 등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방향에 대해 일부 전문가, 정부, 여당, 보수언론은 연일 결과에 대한 흠집 내기를 하며 국민이 원하는 연금개혁을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강조한 3대 구조개혁에 대한 강조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며 "지속가능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제도 구축'이라는 과제가 언급됐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명목 아래 재정안정성 강화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