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비 증가율에 못 미치는 IPTV '콘텐츠사용료'

IPTV3사 2023년 콘텐츠사용료 지급금액 공지
항목 기준 변경으로 전년과 수치 비교 오류
콘텐츠사용대가 증가율 자체는 10%대에 불과
인터넷·IPTV 설치비·출동비 증가에 한참 못 미쳐

입력 : 2024-05-07 오후 5:24:57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인터넷(IP)TV 3사가 공개한 2023년 콘텐츠사용료 지급액 증가율이 지난해 급증한 IPTV 설치비 인상 폭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과 달라진 콘텐츠 사용료 지급 기준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사용료 집행에 대한 근거 부족을 지적하고도 있는데요. 수치상 근거를 차치하더라도 콘텐츠사용료 증가율은 10%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는 인터넷·IPTV 설치비와 엔지니어 출동비가 대폭 인상한 것과도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7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IPTV3사는 지난달 말 홈페이지를 2023년 콘텐츠사용료 지급금액을 공지했습니다. 
 
콘텐츠사용료 지급액은 IPTV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는 채널에 지급하는 일종의 콘텐츠 사용 대가인데요. 실시간 일반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부터 중소·개별PP, 무료 주문형비디오(VOD)와 유료 VOD 사용료, 유료채널 사용료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IPTV 3사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지상파·종합편성채널의 프로그램 사용료 항목을 공개했고, 실시간 일반채널 프로그램사용료에 지상파 재송신료(CPS)를 포함했습니다. 유료채널과 유료 VOD에 대한 항목도 공개했습니다. 
 
IPTV 1위 사업자 KT가 공개한 2022년 콘텐츠사용료 지급액(왼쪽)과 2023년 콘텐츠사용료 지급액. (자료=KT)
 
이들의 내부 지급내역 항목 기준이 변경되면서 특히 중소·개별PP 프로그램 사용료의 경우 지난해 수치와 올해 수치 간 차이를 비교하기가 모호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가령 KT(030200)는 지난해 지급한 중소·개별PP 프로그램 사용료가 378억2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2022년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내역에는 중소·개별PP 프로그램 사용료로 464억900만원을 지급했다고 기재한 바 있습니다. 2022년과 2023년의 중소·개별PP 기준이 바뀌어서 그런 것인데요. 다만 PP업계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는 입장에서 알 길이 없는 내역"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IPTV업계는 "통계 기준 변경으로 지난해 절대금액에 차이가 있지만, 2023년 전년대비 증감율은 동일한 기준에서 2022년 대비 수치를 비교한 것"이라며 "중소·개별PP 사용료의 경우 채널 평가 하위 매출 10%라는 기준이 적용되면서 절대 금액에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항목 기준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IPTV 3사가 콘텐츠 사용대가 증가율이 낮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상파·종편·일반PP 등 프로그램사용료와 중소·개별PP 프로그램 사용료를 합친 실시간 일반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는 1위 사업자인 KT의 경우 전년 대비 1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증가율은 10.3%, LG유플러스(032640)의 증가율은 12.6%입니다. 중소·개별PP 사용료는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는 턱없이 낮은 증가율을 보였는데요. LG유플러스는 전년 대비 13.9% 증가한 금액을 중소·개별PP에 지불했지만, KT와 SK브로드밴드 증가율은 각각 3%, 4.3%에 불과했습니다. 
 
콘텐츠 제작비가 상승국면인 상황에서 콘텐츠 사용대가가 인색하게 책정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2023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보면 2022년도 전체 방송사업자의 외주제작비 총규모가 9665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직접제작비도 2조8774억원으로 전년보다 10.9%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더 큰 폭의 증가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IPTV3사의 2023년 콘텐츠사용료 지급금액 증감율. 왼쪽부터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수치. (자료=각사)
 
이는 지난해 IPTV 3사가 인터넷·IPTV 설치비와 엔지니어 출동비를 대폭 인상한 것과도 대비되는 모습인데요. 지난해 2월 KT를 필두로 인상되기 시작한 이 비용은 8월 SK브로드밴드, 9월 LG유플러스로 이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설치 시 발생하는 서비스비용에 대해 30% 넘는 인상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IPTV 3사가 2030년까지 재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콘텐츠 사용료 협상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IPTV측이 일전에 정부에 제출한 가이드라인도 IPTV의 가입자수와 기본채널수신료매출, 홈쇼핑송출수수료매출의 증감에 따라 전체 콘텐츠 수급비용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중소사업자들은 대가를 받기 더 힘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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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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