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격차 '심화'…노동자도 '양극화'

실질임금 7분기 연속 '뒷걸음질'
상용근로자 실질임금 감소폭 0%대
임시일용근로자는 2~3% 수준

입력 : 2024-05-08 오후 6:00:00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3%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한 실질임금이 7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는 가운데 종사자별 임금격차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용근로자보다 임시일용근로자의 실질임금 하락세가 더욱 벌어지고 있어 노동생산성과 임금 증가율 괴리를 좁힐 묘책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으며 2월은 8.2% 상승했습니다. 아직 3월 근로실태부문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3월 실질임금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실질임금 하락세는 8분기 연속이 됩니다.
 
실질임금은 물가상승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를 나타낸 금액입니다. 따라서 임금은 일정한데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은 감소합니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으며 2월은 8.2% 상승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뒷걸음질 치는 '실질임금'…종사자별 격차↑ 
 
실질임금은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습니다. 2022년 1분기 실질임금은 3.1% 상승했으나 이후 2022년 2분기 1.1% 감소했습니다. 이어 같은해 3분기에는 1.7%, 4분기에는 1% 낮아졌습니다. 2023년에도 4분기 연속으로 감소한 바 있습니다. 1분기 -2.5%, 2분기 -0.4%, 3분기 -0.4%, 4분기에는 -0.8%를 기록했습니다.
 
종사자별 실질임금 하락세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합니다. 최근 3년간 상용근로자의 실질임금 감소 폭은 대부분 0%대인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2~3%대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2분기 상용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으며, 임시일용근로자는 2.8% 하락했습니다. 상용근로자 대비 임시일용근로자의 실질임금이 3배 가까이 감소한 것입니다. 또 2022년 3분기 상용근로자 실질임금은 1.4% 하락한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3% 낮아졌습니다.
 
더욱이 지난해 2분기 상용근로자 실질임금은 0.1% 증가한 반면 임시일용근로자의 실질임금은 3.9% 감소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예상 물가상승률보다 더 낮게 최저임금을 상승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폭등하니 실질임금이 더 떨어졌다. 노동생산성과 임금 증가율 괴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4월 12일 서울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보험 가입률 '정체'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 상승도 '정체' 현상을 맞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10년(8월 기준) 전체 고용보험 가입률은 58.57%였습니다. 이 중 정규직은 83.07%, 비정규직 34.23%로 조사됐습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정규직 10명 중 8명은 고용보험에 가입됐지만, 비정규직은 10명 중 7명이 가입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정규직·비정규직 고용보험 증가율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015년(총 고용보험 가입률 63.65%)의 정규직 가입률은 84.88%, 비정규직은 37.35%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총 고용보험 가입률 67.46%)에는 정규직 84.81%, 비정규직 43%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비정규직 고용보험가입률은 50.21%를 기록하는 등 1년만에 약 8%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큰 폭으로 증가하던 비정규직 고용보험가입률은 최근 2년 간 정체하고 있습니다. 2022년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은 51.7%로 전년 대비 1.5% 상승했으며, 2023년은 전년 보다 0.6% 상승에 그친 52.3%를 기록했습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실질임금 인상, 처우개선 위한 22대 총선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질임금 끌어 올려야"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노동사회 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2023년 4월부터 최근까지 3년 전 같은 달에 비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총 지수는 11~13%, 근원지수는 10~11% 올랐다”며 “3년 전보다 10% 넘는 높은 물가 상승률이 1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소득이 그만큼 늘지 않았다면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의 물가 대책 실패와 업악적인 노동 정책 등 요인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뚜렷한 하락세”라며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간 괴리 확대로 인해 국민소득 가운데 임금 몫은 줄어들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현 시점에선 재정지출을 적정 범위 내에서 늘리고 실질임금을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회복은 지연되고 민생의 어려움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희 교수는 “임시일용·비정규직은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노동자"라며 "해당 노동자들은 별도의 임금 인상 기재가 없기 때문에 상용직과 임금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청년 실업은 오래된 문제지만 벗어날 해법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상태”라며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 퇴직 문제까지 겹쳐있는데 이들의 노후 소득 보장도 사실 불충분하다. 40대가 주로 종사하는 제조업 등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모든 연령층에 구멍이 나 있는 만큼 미래를 설계하고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김소희·임지윤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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