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 기로에 서다)②효자에서 고민거리 된 확률형 아이템

확률형 BM 성공 방식 매몰
MMORPG 위주 기대작 출시
"글로벌 트렌드 멀어지며 유저 줄어"

입력 : 2024-05-10 오후 4:1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확률형 아이템 BM(사업 모델)으로 매출을 올려온 게임사들이 '한계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이후 해외 게임과의 형평성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서구권 공략을 위한 BM 변화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 게임사들의 실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확률형 아이템이 떠올랐습니다. 3월 시작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기 의무화 때문입니다. 게임사는 정부의 시정 요청과 권고, 명령 등 3차 조치에 불응할 경우 고발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게임물관리위원회 수도권사무소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모니터링을 직접 해보고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과 관련해 웹젠(069080)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고, 1월에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을 거짓 공지했다며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습니다.
 
게임업계에선 확률 오류 표기 공지로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한편으론 해외 게임사와의 형평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정부에선 문제된 해외 게임의 삭제를 플랫폼 업체에 요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플랫폼 업계에선 "플랫폼 운영사가 입점 게임사 매출을 알 수 있어도, 이를 토대로 제재 예외 사유인 '연 매출 1억원 미만' 여부를 정부에 밝히는 일 자체가 영업기밀 유출에 해당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선 해외 게임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계류중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형평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리인 지정은 최소한의 조치로, 연락할 곳을 마련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인 형평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한편으론 한국 게임사가 장르 편중과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고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더블유게임즈, 네오위즈, 펄어비스, 위메이드, 컴투스 합산. (자료=한국신용평가)
 
박관호 위메이드(112040) 대표는 최근 2024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개발중인 MMORPG '미르5'에 확률형 아이템 적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박 대표는 "거의 안 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도 했는데요. 확률형 아이템 판매 대신 블록체인을 통한 토큰 경제로 흥미를 유발해 서구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위메이드의 BM 전환 전략은 MMORPG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기류와 무관치 않습니다. 과금 규모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페이 투 윈' 체계가 신규 게이머 진입 장벽을 높였고, 기존 게이머 역시 획일화된 게임성과 과금에 피로감을 느꼈다는 게 시장의 분석입니다.
 
엔씨소프트(036570)의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는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고, '트릭스터M'은 최근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쓰론 앤 리버티(TL)' PC판 성과 부진으로 콘솔판 흥행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넷마블(251270)이 지난달 출시한 MMORPG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은 출시 초반임에도 10일 기준 구글 매출 10위 안에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달 29일에는 같은 장르 '레이븐2'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게임업계 실적 부진 원인과 향후 차별화 요인' 보고서에서 "페이 투 윈 시스템은 모바일게임에서 흔하게 사용되나, MMORPG에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랜덤박스 시스템과 결합되어 지나치게 많은 과금을 요구하게 되었다"며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 게임사들의 호황을 이끌었으나, 점점 글로벌 트렌드와 멀어지면서 유저 풀이 좁아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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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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