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차별화한 담보를 앞세워 5조원 규모의 운전자보험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자동차 하차 직후 발생하는 사고나 여성 운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해 진단비 담보를 보장하는 등 각사별 특화 전략이 다양합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운전자보험 시장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기준 5조4459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계약건수도 528만건으로 7.1% 늘었습니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본인이 입는 피해에 중점을 둔 보장을 제공하는 보험입니다. 매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은 주로 타인에게 발생한 신체적, 재산적 손해에 대한 보장을 강조하는 반면 운전자보험은 운전자 본인의 신체적 손해와 법적 책임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가입률 급증
운전자보험은 지난 2020년 4월 스쿨존에서 어린이 상해·사망 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민식이법), 2022년 7월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 시행되며 가입 건수가 급증했습니다.
법 시행 직전인 2019년 운전자보험 신계약건수는 359만건이었다가 지난해 528만건을 돌파하며 5년 간 47.1% 확대됐습니다. 이 기간 수입보험료도 4조1058억원에서 5조4459억원으로 32.6% 불었습니다. 반면 손해율은 63.3%에서 57.8%로 5.5%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운전자보험 시장이 커지면서 손보사들은 특화 보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운전자보험 신계약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는 DB손해보험은 운전 중 뿐 아니라 하차 후 발생한 사고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형사 합의금), 변호사 선임 비용, 벌금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담보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DB손보는 지난달 출시한 이 상품으로 운전자보험에서만 여덟 번째 배타 사용권을 획득했습니다.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사가 상품의 혁신성을 인정 받아 일정 기간 독점 판매 권한을 갖는 제도입니다.
캐롯손해보험 운전자보험도 운전 중 발생한 교통사고의 처리 지원금(형사 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벌금 등을 보장합니다. 가입자 본인이 운전 중 사고로 다쳤거나 가입자의 차량 손해 등 자동차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범위도 담보가 됩니다. 특히 중대법규위반 사고로 인해 6주 미만의 치료를 요하는 경우나 자동차부상등급 1~3급 외 모든 등급에 해당하는 중상해까지 보장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한화손해보험은 10년 또는 20년 만기 전기납 상품으로 만 18세부터 8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여성 운전자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여성 운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부위에 대한 상해 진단비, 차량에 동승한 반려동물의 안전까지 보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성 운전자가 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을 때 피해자 중상해(1~7급)시 담보하던 대인형사합의실손비와 자동차사고변호사선임비의 보상 범위를 상해 급수 14급까지 확대하고 보장 금액도 높였습니다.
운전자보험시장의 수입보험료는 민식이법이 시행 후 5년 간 47.1% 확대됐다. 사진은 민식이법 시행 1년을 하루 앞둔 2021년 3월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불법주차한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과당 경쟁에 보험계약 유지율 낮아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운전자보험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정보 입력 절차 없이도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추후 보험료 환급이나 청구도 카카오톡으로 가능합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운전자보험 가입자 절반은 카카오톡 공유하기를 통해 가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롯데손해보험은 보험 가입 심사 과정에 혁신을 줬습니다. 자체 인공지능(AI)인 장기 인공지능 보험인수 시스템(AUS)으로 운전자보험 심사 과정을 100% 자동화한겁니다. 가입자의 특성과 질병력을 바탕으로 가입 가능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보험은 상대적으로 자동차보험보다 보험료 부담이 낮다보니 해지에 대한 부담도 적습니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자사로 보험 가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갈아 태우기 영업 등 과당 경쟁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보험사들의 운전자보험 유지율은 손보사 전체 유지율에 비해 저조합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운전자보험의 유지율은 1년(13회차)이 87.7%, 2년(25회차)이 69.5%로 나타났습니다. 3년(37회차), 5년(61회차) 등 장기 유지율은 각각 51.2%, 30.7%로 뚝 떨어집니다. 이 기간 손보사 전체 유지율은 13회차·25회차가 86.9%·72.2%이며 37회차·61회차는 각각 62.3%·42.5%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보험도 계약서비스마진에 좋은 장기 보장성 보험으로 가는 추세"라며 "보험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끊임없이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는 것 또한 고객 니즈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들은 운전 후에 일어난 교통사고에도 형사적 비용을 보상하거나 가입 심사를 간편하게 바꾸는 등 보험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사진은 지난 2월4일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도로에 차량이 붐비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