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펫보험 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 출범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보험사와 핀테크사 간 중개 수수료, 보험사 간 탑재할 상품 대상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펫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11곳입니다. 사실 펫보험 플랫폼 출시는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핀테크사들과 협의를 진행할 때부터 우려가 많았습니다. 펫보험 시장이 확대되기에는 규제가 많고, 무엇보다 플랫폼에 자동차보험을 도입했을 때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 간 밥그릇 경쟁
현재 손보사들은 탑재할 보험 종류와 가격 비교 방법 등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은 장기펫보험 탑재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일반펫보험 탑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보험을 동일한 선상에서 놓고 가격과 보장 등을 비교해야 합니다. 1년 단위 계약이 가능한 일반보험과 달리 장기보험은 만기가 짧게는 3·5년, 길게는 7·10년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손보사들은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을 따로 비교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냐, 플랫폼에서 다루는 보험 종류를 일원화할 것이냐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기펫보험은 수술비나 입원비, 배상책임 등 보장 범위가 넓기 때문에 보험료는 다소 높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가입하는 장기 보장성 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사들이 미래 이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보험입니다.
반면 일반펫보험은 필요한 보장 위주로 골라서 가입할 수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습니다. 가입 기간이 1년 미만으로 짧고 보험료도 낮아서 신규 고객 잡기에 유리합니다.
현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플랫폼도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손보사들은 경쟁적으로 펫보험을 출시하거나 상품 개선에 나섰습니다.
이달 초 출시가 예정됐던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가 보험사 간 보험 종류 탑재 갈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3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내 반려견 수영장에서 반려견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만기 늘리고 특약 세분화
금융소비자들의 펫보험 선택권은 넓어진 가운데 펫보험은 1년 단위 의무 보험인 자동차보험과 다르게 상품 구조가 복잡합니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으로 일원화해도 상품마다 보장 항목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펫보험 시장 점유율 1위인 메리츠화재는 2018년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장기 실손보험을 출시한 이후 보험금 자동 청구 시스템, 각종 보험료 할인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현대해상은 업계에서 보장 기간이 가장 긴 7·10년 만기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기존에는 3·5년 만기 상품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려동물의 수명이 늘어난 점을 반영해 갱신 시 보험료 인상 부담을 던 상품을 내놨습니다.
KB손해보험은 반려동물의 대표적인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주요 3대 질환(종양·심장·신장 질환)의 보장 한도액을 2배로 늘린 상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주요 질환 보장 한도만 상향해 부험료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삼성화재는 특약을 세분화한 수술비 보장 중심의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월 1만원대로 수술 당일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속형과 의료비·배상책임 등을 포함한 고급형 플랜으로 나뉩니다.
보험사들이 플랫폼에 장기보험 또는 일반보험 중 하나로 통일하더라도 결국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일반보험일지라도 수술비만 보장을 하거나 입원비와 장례비까지 모두 보장하는 상품은 보험 가입 기간이나 수수료 책정 등 보험료 산정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다루는 보험의 종류가 다양해지기 위한 차원에서 참여하는 것이지, 이것으로 펫보험 매출 확대를 크게 기대하진 않는 분위기"라며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처럼 담보와 보장이 명확하지 않고 각 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플랫폼 수수료도 해결 과제
플랫폼 수수료 문제도 해결돼야 할 과제입니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 당시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하는 것보다 플랫폼에서 가입할 때 보험료가 더 높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보험료 자체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에 지급하는 중개 수수료를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겁니다. 플랫폼에서 보험을 가입하면 더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해지자 보험업계와 핀테크 업계는 수수료 부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였습니다. 핀테크업계는 플랫폼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보험사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핀테크업계와 수수료 갈등은 어느 정도 봉합이 되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펫보험을 블루오션으로 지목하고 활성화하려고 하지만 펫보험 가입률이 1.4%로 극히 적고, 보험사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기 때문에 아직은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펫보험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가 수수료 부담 방안을 놓고 갈등을 봉합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가 AI 기반 반려동물 생체인식 어플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