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9월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퇴임 2주년을 맞아 출간한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고 밝혔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외교·안보 분야의 소회를 담아 이날 펴낸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당시 김 위원장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나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가 불신하는 데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과 5월, 2019년 6월 세 차례 만났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에 대해 회고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솔직해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문 대통령과 최상의 케미(호흡·성향)라고 여러 번 얘기할 정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무례하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그가 솔직해서 좋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선 이견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해서 오랫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협상 중단을 지시하기까지 했다"면서도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나 양국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것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해 "만나는 순간에는 좋은 얼굴로 부드럽게 말하지만, 돌아서면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후반기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여러 해결 방안을 제시했으나 일본 총리실에서 모두 거부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노딜' 이후 "그대로 회담(3차 북미정상회담) 없이 끝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나중에 그런 판단을 하게 됐을 때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고 여러 번 제안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실기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타이밍에 내가 제안해서 한번 보자고 했으면 좋겠다는 후회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정부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린 현 정부의 과도하게 이념적인 태도가 우리 외교의 어려움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이 걱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과한 대응, 무엇보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대화를 통해 위기를 낮추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