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들이 줄줄이 개발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사그라들면서 사실상 의약품을 개발한 이후 수익성을 담보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엔데믹 국면에서도 코로나 변이는 꾸준히 나오고 있어 안전한 백신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국의 코로나 19 백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유코백(EuCorVac-19)의 국내 임상3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지만 임상 대상자 모집에 난항을 겪다 결국 임상시험 계획 자진 철회를 공시했습니다. 유코백은 국내 임상3상 조기 종료로 개발이 중단됐지만, 필리핀과 콩고민주공화국에서의 해외 임상은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온에 대한 투자와 영향력을 줄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 등재를 자진 철회한 데 이어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 품목허가도 자진 취하했습니다. 회사 측은 "WHO에서 변이 백신 균주로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바이러스인 JN.1 계통 조성을 권고함에 따라 오리지널인 우한주 백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자진 취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바이오 벤처들도 잇따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단에 나섰습니다. 아이진은 이지코비드(EG-COVID) 국내 임상을 중단했고, 제넥신도 GX-19N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셀리드도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1 개발을 중도 포기했습니다.
국산 코로나 mRNA 백신 개발 계획, 현실성 의문
정부는 2027년까지 안전하고 효과적인 국산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지만 시장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에 따른 후속 조치로 마련한 '미래 팬데믹 대비 mRNA백신 주권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및 행정 지원을 통해 민-관이 협력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국산 코로나19 mRNA백신을 2027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기업들은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어려움과 시장성 축소, 막대한 비용으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막는 장애물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국산 코로나19 mRNA 백신 기술력 확보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선구매 정책과 R&D 지원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한 엔데믹 국면에서 코로나19를 타깃으로 한 국산 백신 개발 지원책은 현실성이 없다"며 "특히 코로나19 mRNA 백신은 이미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해 시장을 선점했는데 시장성과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국내 기업이 후발주자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부회장은 "안정적인 백신의 공급망 확보는 공공성을 염두해야 하는데 이는 복지부, 질병청 등 정부가 국민의 생명권을 위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문제"라며 "질병청이 2027년까지 지원계획인 국산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정책은 인플루엔자 백신처럼 국민 보건 향상을 우선으로 추진해야 하며 동시에 제약 바이오 기업에는 개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 부회장은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과거의 백신 개발 사례를 비추어 봤을때 코로나19 백신 개발 역량이 충분하지만, 자유시장 경제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이유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없을 것 같다"며 "WHO 엔데믹 전환으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코로나 백신 개발 경쟁을 하는 것은 보건 경제적으로도 효과가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의료기관에 배부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