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신약 개발 장벽...제약업계 '기술공유' 확산

신약 공동개발 '위험부담 줄이고, 기술력 강화'

입력 : 2024-05-22 오후 5:00:53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공동개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단계부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임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구 개발(R&D) 비용이 증가하는데, 이는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죠. 그에 비해 임상 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공동개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에 따른 위험과 비용 부담을 낮추고, 양사의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앞세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데요.
 
상위 10대 제약사들 간에 협업 외에도 바이오벤처와 신약 후보 물질 공동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GC녹십자는 희귀의약품 전문 바이오벤처인 노벨파마와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를 공동개발 중입니다. 희귀 유전 질환인 산필리포증후군은 헤파란 황산염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지 못해 생기는 질환으로 현재까지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습니다. 헤파란 황산염이 몸에 쌓여 장기가 손상되고, 정신지체,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대표적으로 나타납니다.
 
최근에 GC녹십자는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 GC1130A에 대한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는데요. 이에 따라 양사는 올해 안에 GC1130A의 안전성 및 내약성 등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앞서 GC1130A은 FDA로부터 희귀의약품(ODD)과 소아희귀의약품(RPDD) 지정을 받은 데 이어 유럽 의약품청(EMA)로부터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아 글로벌 시장 진출 장벽은 무난히 넘었는데요. 이밖에 GC녹십자는 한미약품과 손잡고 선천성 대사질환인 파브리병 치료제 공동개발을, 동아에스티와는 면역질환 신약 공동개발 진행 중입니다.
 
동아에스티는 일동제약의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인 아이디언스와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의 병용투여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HK이노엔과는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국내 기업 간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손잡고 신약 개발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죠. 대표적으로 유한양행과 얀센은 폐암 1차 치료제를 적응증으로 레이저티닙 글로벌 임상 3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신약 공동개발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정부의 전략적인 투자가 적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사업 육성 중장기 정책 '시급'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부회장은 "최우선적으로 조세감면과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며 "펀드 조성 같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융 세제에 대한 지원을 확장하는 현실적인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 부회장은 "단순히 연구비 지원 같은 단편적인 정책이 아닌, 제약 바이오산업을 반도체처럼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이어 "제약 바이오 기업의 지속 경영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전문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약 개발이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 대비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은 앞으로도 활성화될 전망인데요.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동종업계 기업들이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협업하는 것은 개발 이익과 권리에 대한 지분을 나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본부장은 "신약 개발이라는 성과물을 분배한다는 전제하에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마케팅과 R&D 자원을 공유하고 임상 시험과 인허가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최소화해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본부장은 "신약 공동개발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제약기업의 지속 경영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로 앞으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와 협업도 더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신약 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조 본부장은 "일부 중소기업에 한정된 조세 혜택을 대폭 늘리고 기술이전, 기술제휴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정부나 기관이 나서 관리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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