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이 던진 화두, 해법은 '개헌'

특별담화서 '4년 연임제 개헌' 제시…87년 체제 극복 위한 승부수

입력 : 2024-05-22 오후 6:04:50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월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를 정치권과 국민에 제안했다. (사진=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공)
 
[뉴스토마토 박주용·윤지혜 기자] 평생 권위주의와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꺼낸 것은 바로 '개헌'이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대통령 4년 연임제'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한계에 봉착한 1987년 헌법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 전 대통령의 승부수였습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임기를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정략적 의도가 있다는 이유로 야당이 반대하면서 개헌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제7공화국 꿈꾼 노무현…우리 시대에 던진 '미완의 개혁'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1월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담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조정하면서 현행 4년의 국회의원과 임기를 맞출 것을 제안한다"며 "현행 5년의 대통령제 아래서는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수시로 치러지면서 정치적 대결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해 국정의 안정성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의제가 아니다"라며 "누가 집권을 하든, 보다 책임 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실패했습니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들의 반대가 컸고, 이를 넘어설 만큼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도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개헌을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에 차이가 있어 의견 조율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헌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이전보다 커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제7공화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개헌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17일 대한민국 제헌헌법의 탄생 이후, 9차례의 개정을 거쳤습니다. 이마저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권력 연장을 위한 개악이 대다수였습니다.
 
소위 '87년 헌법'이라고 불리는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 열망으로 시작됐습니다. 대한민국은 '87년 헌법 체제'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룩했지만 87년 개헌이 이뤄지고 제6공화국 체제로 들어선 지 이제는 37년이 지났습니다. 저출생과 사회 양극화, 지방소멸, 이념과 젠더 등 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발생하면서 87년 체제가 현재의 사회를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와 이학영 국회부의장 후보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추모 '남쪽 항구에는 여전히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상영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개헌 '골든타임' 임박
 
개헌 논의에서 가장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입니다. 1987년 개헌 이후 직선제로 당선된 대통령은 개헌을 모두 시도했지만 불발됐습니다. 1997년 대선 때는 '내각제 개헌'이 공약으로 제시되었고,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양당의 후보 모두가 '임기 안에 국민의 뜻을 모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면 4년 중임제부터 분권형(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 제안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87년 헌법'이 탄생했을 때는 권력자들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4명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번갈아가며 대통령을 해야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진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산물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단임제는 무엇보다 대통령이 책임정치를 훼손하고, 국가적 전략과제나 미래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려워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87년 개헌 때 신설한 헌법 제119조2항('국민경제의 균형 발전, 적정 소득분배, 시장 지배력 및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 조화를 위해 정부가 경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은 경제민주화를 경제적 평등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조국 조국혁신단 대표도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검사 영장청구권 삭제 등 7공화국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당선된 우원식 민주당 의원 역시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범위를 확장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대통령제의 폐해 같은 내용이 더 담겨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주용·윤지혜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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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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