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벌써 10번째 거부권 행사입니다. 그러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여야 합의를 독려하면서 합의가 안 되더라도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국회의 압박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거부권이란 무엇이고, 법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윤석열 정권 채상병 특검 거부 규탄 구호 외치는 민주당(사진=뉴시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하고 정부로 이송한 법률안에 대해 다시 의결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즉, 종국적으로 법률안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법률의 제정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이의제기하는 권한인 겁니다. 법률안 거부권의 종류는 환부거부와 보류거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환부거부는 헌법 제53조 제2항과 같이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이의가 있으면, 15일 이내(대통령이 이송된 법률안을 공포해야 하는 기간)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고,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돌려보내면서 재의를 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법률안의 일부만 재의를 요구하거나 수정해 재의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헌법 제53조 제3항).
보류거부는 국회가 회기 만료로 폐회된 경우 그 폐회로 인해 지정된 기일 안에 환부가 불가능할 때 그 법률안이 자동적으로 폐기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우리 헌법은 △회기계속의 원칙 △폐회 중 환부 가능 △15일 이내 공포나 재의요구를 하지 않으면 법률로써 확정되는 점 등을 규정하기 때문에 보류거부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의 법률제정권을 견제하는 고전적인 권력 통제 수단인데요. 대통령은 헌법수호 의무가 있고 헌법에 기속되므로 법률안에 대한 실질적·형식적 심사권을 모두 갖습니다. 대통령이 어떤 사유가 있을 때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헌법에 규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사용되는 권한이라는 측면에서 정당한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행사돼야 할 텐데요. △법률안이 헌법에 위반될 때 △법률안의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불합리할 때 △법률안이 국가이익에 현저히 반할 때 등과 같이 정당성과 필요성이 명백하게 인정되는 사유가 필요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남용되면 국회의 법률제정권은 유명무실하게 되므로 통제가 필요합니다. 정당한 이유와 필요성에 의한 통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제도적인 통제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대해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됩니다(헌법 제53조 제4항). 재의결로 확정된 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후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공포할 수 있도록 해 법률안 거부권에 대한 최종 통제 장치로서 작동하는 것입니다(헌법 제53조 제6항).
법률안 거부권은 법률안 제출권이 없는 미국식 대통령제에서 정부가 국회를 견제하는 제도인데요. 우리나라는 정부가 법률안 제출권을 가지면서도 법률안 거부권 제도가 있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것입니다. 법률안 거부권의 통제 제도는 여당의 협조 없이 기능할 수 없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법률안 거부권은 최대한 자제해서 예외적으로만 행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양날의 검 같은 막강한 권한을 대통령이 합리적으로 사용해 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요. 제왕적 대통령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가 낳은 극한 대립의 정치에서 법률안 거부권의 남용 우려는 상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헌을 통한 해결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