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외 직구(직접구매)'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 직구를 규제하는 데 힘을 싣는 행보를 하는 겁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민심의 역풍을 맞고, 방침을 철회하는 등 코너에 몰렸던 바 있습니다. 오 시장의 행보는 해외 직구 규제 문제에서 윤대통령 편을 들면서도 정부의 미숙한 점은 지적하고 대안을 자처, 윤 대통령 지지층을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서울시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외 직구 어린이용 시계와 목걸이에서 기준치 최대 278배 중금속 검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검사 대상은 쉬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라며 "검사 대상을 확대해 안전성 검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쉬인과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의 해외 직구 사이트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4월25일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첫 안전성 검사 결과를 내놓은 이래 매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발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이런 행보는 해외 직구 규제에 소신을 피력한 오 시장의 행보에 발맞춘 겁니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안전과 기업 보호는 해외 직구 이용자들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시민 안전과 기업 보호에 있어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의 행보는 해외 직구 규제를 추진하다가 번복한 정부의 태도와 대조되며 눈길을 끕니다. 앞서 지난 19일 정부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상품에 대한 해외 직구를 금지하려다가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았습니다. 결국 20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정부의 대책 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관련 규제 방침을 백지화했습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정부에 보란 듯이 해외 직구 규제를 강행하는 승부수를 두는 겁니다.
오 시장은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20일 쓴 다른 글에선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방침을 "모래주머니", "일부 거친 면이 있었고 성급한 측면도 있었다"고 표현하면서 비판했습니다. 정부의 해외 직구 규제 방침은 계승하되 정부의 방침이 가진 문제점은 지적하는 양면 전술입니다.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는 동시에 윤 대통령 지지층을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서울시는 해외 직구 검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검사를 집중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외에도 국내 이용자 수가 많은 다른 해외 플랫폼까지 검사를 확대하는 겁니다. 다음 달에는 기존 어린이용 제품뿐 아니라 식품용기와 위생용품까지 검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서울시가 23일 안전성 조사 부적합으로 발표한 어린이용 목걸이. (사진=서울시)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