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주인 바뀌는 제약사

무리한 사업 확장에 '재무구조 악화'

입력 : 2024-05-24 오후 5:07:26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제약사들이 결국 지분을 매각해 최대 주주가 변경됐습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전통 제약사로 자리매김한 A제약이 수익 다각화를 이유로 무리하게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3년 연속 영업 적자 끝에 결국 진단기기 기업에 매각됐습니다. 이 진단기기 기업은 A제약의 최대 주주측 지분 34.80%를 480억원에 매입하고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제약은 본업인 제약사업과 무관한 엔터 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정작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전문의약품 사업 부문을 소홀히 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분석이 중론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6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지만 적자 폭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67억4493만원을 기록했습니다. 5년 연속 계속된 순손실은 지난해 222억원을 기록하며 1년 새 무려 184% 급증했습니다.
 
급기야 전문의약품 사업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제천 공장 신설 계획은 강화된 GMP 규정과 설계 변경을 이유로 준공을 차일피일 미루다 152억원에 달하는 공사 자금조달이 어렵다며 무기한 중단됐죠. 결국 제천 공장 부지는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 1월에 완료됐습니다.
 
A제약의 일반 의약품 매출은 감기약, 종합영양제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인데요. 올해 1분기 A제약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감기약 등 일반 의약품이 전체 매출 비중의 약 32.47%를 차지하고, 일반식품군으로 분류된 비타민제품 등은 전체 매출 비중의 약 25.83%를 차지하고 있죠.
 
재무구조를 개선할 새로운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인수한 A회사의 사업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A회사는 신기술 개발, 제품품질 향상 등의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고 공시돼 있는데, 사업 부문을 살펴보면 드라마 소품제작, 공연, 식자재 프랜차이즈 등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A회사내 올 1분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나타났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경영권 매각이 새로운 경영 체제에서 체질 개선을 도모해 기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기회로 활용할 수 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경영권이 넘어간 일부 기업들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소장은 "기업의 사업 다각화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필연적이지만 충분한 사업성 검토와 수익창출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B제약은 안모씨 등 최대 주주 및 특수 관계인 지분 22.61%를 NBH캐피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NHB캐피탈이 B제약 최대 주주로 등극하게 됩니다. B제약은 최근 4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양사 모두 급격한 사업 확장과 그로 인한 조달 부담 증가로 결국 경영권 매각하는 수순을 밟았는데요.
 
현병환 대전대학교 바이오헬스창업연구소장은 "글로벌 경제 상황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제약 산업이 공격적인 영업으로 과도한 비용 지출을 늘이거나, 본업과 별개인 사업 부문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에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주력 사업에 수익률 높여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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