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단속 성공…여전히 대통령 눈치

마지막까지 민심 저버린 21대 국회
채상병 특검 '표틀막'에…끝내 '폐기'
대규모 이탈 없었지만…역풍 불가피

입력 : 2024-05-28 오후 5:48:45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결과 찬성 179, 반대 111, 무효 4로 부결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끝내 최종 폐기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쇄신 시험대로 불린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넘지 못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10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여당의 전방위 '표틀막'(표를 틀어막는 행위) 작전에 채상병 특검법이 무력화됐습니다. 국민의힘은 재표결 직전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표 단속에 나섰는데요. 4·10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용산 거수기'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한 셈입니다. 
 
찬성 고작 '179명'…17표 모자랐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의원 294명 중 찬성 179명·반대 111명·무효 4명으로, 재의결 기준 196표를 넘지 못하고 부결됐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찬성표가 17표 부족했습니다. 이로써 채상병 특검법은 자동 폐기됐습니다. 이날 재적 인원 296명 가운데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과 이수진(서울 동작을) 무소속 의원 등 2명이 불참했습니다.
 
재표결 직전까지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 등 5명이 당론에 반해 공개적으로 특검법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선 재석 의원 295명을 기준으로, 특검법 재의결을 가능하게 하는 17표 이상이 국민의힘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미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5명의 국민의힘 의원 선택을 고려했을 때 최소 국민의힘의 이탈표가 5표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이탈표가 8표 이상만 나와도 여권이 상당한 충격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22대 국회에선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야당의 의석수가 192석에 이르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 8명만 찬성표를 던져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력화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내부의 대규모 이탈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범야권 의원 수가 179명, 범여권 의원 수가 115명(국민의힘 113명, 자유통일당 1명, 하영제 무소속 의원 1명)인 점을 감안했을 때, 국민의힘 내부 이탈표는 사실상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무기명으로 투표가 이뤄진 만큼 국민의힘 내 이탈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습니다. 이미 찬성 의사를 밝힌 5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민주당 등 야당 내부에서 일부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국민의힘 5명이 막판에 찬성 입장에서 선회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표결 결과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자 분노하며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22대 재추진 예고했지만…민주 내부 '당혹'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에 오르기 직전까지 당내 표 단속에 주력했습니다. 본회의 전엔 의원총회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총의를 모았습니다. 1시간여 진행된 회의에서 공개 반대 입장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또 3선 이상 중진들을 만나 반대표를 당부한 데 이어 당 소속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특검법 부결을 위한 설득작업에 나섰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된 데 대해 "구체적인 평가는 하지 않지만 의원들과 많이 상의하고 이야기를 나눈 결과대로, 당론으로 정했던 사안에 대해 어긋남 없이 단일대오에 함께 해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면서 당정이 한 몸이라는 점을 강조한 여당 전략은 어느 정도 주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의 입장도 추 원내대표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읽힙니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과 대통령실은 국가 대의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공동운명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총선 민심이 윤 대통령에게 혹독한 평가를 내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이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총선에서 낙천·낙선된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결국은 대통령 눈치 보느라고 민심보다는 대통령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쫓은 것이니까 국민의힘 쪽으로 역풍이 크게 불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부결 직후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라면서도 "국민들과 함께 반드시 채해병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을 해내고 정부와 여당이 왜 이렇게 극렬하게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즉각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여야 대치 정국이 또다시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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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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