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대책서도 공무직은 '차별'"

공공운수노조, 차별 없는 종합대책 촉구
공무직 89.4%, 폭행·성희롱 등 악성민원 경험

입력 : 2024-05-29 오후 2:51:19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지난해 서이초등학교 사태 이후 교육부는 악성민원 대책으로 ‘교권 회복과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공무직은 학교에서 각종 교육활동에 참여함에도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 대상이 되지 않았다.”
 
김용정 교육공무직본부 사무처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건 교사들만이 아니다. 우리 본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무직 노동자 약 62%는 악성 민원 경험이 있었고, 교무실무사와 특수교육지도사, 돌봄전담사, 사서, 영양사 등 직종도 다양했다”며 이같이 토로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정부의 악성민원 방지 대책에서 공무직 노동자들이 제외됐다면서 차별 없는 종합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악성민원 피해는 공무원과 공무직을 가리지 않는다”며 “조직 내 지위가 더 낮고, 전화 상담과 방문서비스 등 시민들에 대한 개별적인 서비스 제공이 많은 공무직 노동자들이 더 심각한 악성민원 피해를 경험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기관 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과 올해 3월 경기 김포시 공무원 사망사건 등 악성민원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나온 조치입니다. 하지만 대책엔 공무직 노동자들은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게 노동계 주장입니다. 공무직 노동자는 일반적으로 기관에서 기간제나 계약직으로 일합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무직 노동자들이 ‘악성민원 대책에서도 차별을 당하는 것이냐’는 박탈감과 ‘기피되는 민원업무가 공무직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정부의 악성민원 대책에서 민원 수당과 가산금 지급, 공무상 병가 사유 명시 등의 내용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며 “결국 공무직은 악성민원 피해에 더해 정부 대책 차별까지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 악성민원 개선을 위한 협의체에 공공운수노조 등 공무직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등 공공부문의 민간위탁 사업장에도 악성민원 종합대책이 차별 없이 적용되도록 정부 차원의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악성민원에도 소속기관 조치 없어” 60.2%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도 발표했습니다. 노조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직 노동자 25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28명(89.4%)은 지난 1년간 악성민원을, 134명(52.5%)은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악성민원을 경험한 이들은 △직무 스트레스 증가(87.1%) △업무 효율성 저해(82.0%) △자존감 하락(82.0%)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수면장애 등 건강 문제(65.5%)를 겪거나 심리상담이나 병원치료를 받은 사례(34.9%)도 있었습니다.
 
악성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대응 방법은 △개인적으로 참고(43.8%) △주변 동료와 상담하는(21.1%) 수준에 그쳤습니다. 소속기관의 조치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0.2%로 가장 많았고, 이어 ‘휴게시간 부여’(14.4%),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9.0%) 등의 단순 조치만 이뤄졌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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