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체질 개선' 잰걸음

이커머스 약진, 고물가 기조에 체질 개선 돌입
"조직 슬림화하고, 사옥 이전하고"…허리띠 졸라매는 업계

입력 : 2024-05-29 오후 3:56:11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최근 수년간 오프라인 유통 업황이 침체일로를 걸으면서 기업들이 하나둘씩 체질 개선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롯데, 신세계 등 기존 공룡 기업들은 약진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 주도권을 내준 데다, 고물가 기조 장기화, 고금리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깊은 고민에 빠진 상태인데요. 이에 이들 업체는 조직 슬림화, 사업 축소, 사옥 이전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용 효율화에 나섰습니다.
 
29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내달 중 희망퇴직, 조직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을 비롯한 단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임원 급여를 일부 자진 반납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또 조직 개편에 따른 운영 효율화, 영업점 면적 축소 등 매장 체질 개선, 마케팅 비용 및 송객 수수료 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 체제에 나선 것은 면세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국내외 개별 여행객은 증가했지만, 면세 업계의 주력 수요층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업계 어려움이 가중된 것인데요. 여기에 고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내국인 매출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1분기 영업손실 280억원을 포함한 누적 적자 규모는 537억원에 달합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선제적으로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말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그간 일부 점포에서 제한적으로 희망퇴직을 받긴 했지만 전사적으로 단행한 것은 1993년 창립 이래 처음인데요. 이는 그간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마트 업계의 실적 저하가 뚜렷해진데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됩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사옥을 이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현재 서울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본사를 강동구 천호동으로 이전합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 2022년 4월 한국 미니스톱을 인수한 이후 꾸준히 통합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요. 현재 본사의 높은 임대료, 늘어난 인력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요인이 사옥 이전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출범 이래 적자가 누적됐던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부 롯데온도 서울 송파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테헤란로로 본사를 옮깁니다.
 
(제작=뉴스토마토)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서는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업체들이 단기간 내 수익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조직 슬림화라는 카드를 쓰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 중국 이커머스 약진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프라인 업체들의 어려움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산 제품들이 상향 표준화돼 굳이 한국산 제품을 구매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국내 유통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매장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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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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