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윤석열정부가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등 상속세 제도 전반의 개편 논의에 고삐를 죄면서 '부자감세' 지적이 끊이지 않을 전망입니다. 특히 1997년 처음 가업상속제도를 도입한 독일 사례를 들고 있지만 고용 유지와 업종 유지에 대한 최초 설계 없이 시행하면서 제도 남용에 따라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세가 어렵다며 선을 긋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논란과 관련해서도 기관투자자들 중 거래세 조차 내지 않는 시장조성자들, 유동성 공급자들이 더 큰 문제라며 증시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시스템 마련을 우선해야한다는 조언입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5월31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전반을 재검토해 과세 형평과 시장 안정에 기여하도록 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최대주주 20%, 경영권 프리미엄 '이익조정'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금융투자소득세 논란과 관련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유 교수는 "최대주주 20% 할증평가 폐지는 세법상 어떤 세목이든지 평가를 할 때 시가 평가로 과세하는 게 원칙"이라며 "기업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지분 소유자인 대주주들은 지분을 팔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당연히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그걸 시가라고 할 수 있는 건데, 자기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을 때는 시가로, 경영권 프리미엄 포함해 그걸 매각하고 세금 매길 때는 이걸 빼주는 건 논리가 성립이 안 된다"며 "사실상 대주주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가치를 키울 때는 주가를 띄운다. 그런데 세금 낼 때는 낮추겠다는 건 '이익조정'으로 심하게 작동하면 '주가조작'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런 행위를 예방하고 규제할 수 있는 제도를 우선하는 게 좀 더 공정한 시장거래, 그리고 공평과세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세금, 세법 때문에 어려우니깐 폐지하지는 주장은 노골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업 상속 기업 승계로 '둔갑', 고용유지도 '흔들'
가업 상속과 관련해서는 "1997년도 처음으로 진짜 가업에 대한 공제가 1억원이 들어갔다. 그때 말한 가업은 명맥이 끊기게 생긴 민속주 등 전통 가업을 의미했다"며 "이명박(MB)정부 때 급격히 공제 금액이 상승, 최고 600억원까지 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해방 이후 조세역사를 보면 25년 만에 공제 한도를 600% 올려준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말도 안되게 공제한도를 넓혀놨다며 "다른 납세자들과의 형평성을 따져보면 근로소득세의 경우 2003년도 기본공제 50만원 올려주고 20년째 제자리였다. 이에 반해 물가는 뛰고 화폐가치는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논리라면 근로소득세 공제도 600배 올려줘야 한다. 가업상속공제는 과도한 혜택을 넘어 기재부가 정책 집행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습니다.
유 교수는 "MB정부 때는 가업상속공제 해줄 테니 고용을 10~20% 늘리는 조건을 뒀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고용을 줄일 수 있게 돼 있다. 예컨대 상속 당시 직원이 100명이었는데 상속하고 운영하다보니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자동화로 고용 유지가 어렵다는 논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용 유지 비율이 최초에는 120%였다. 이후 110%로 낮추고 100%, 90%로 내려갔다. 상속 공제를 늘려줬더니 오히려 고용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가업을 상속하겠다고 제도가 생겨난 건데 어느 순간부터 기업 승계로 바뀌었다. 기업 승계화 되면서 업종 변경이 가능해진다"며 "그러면 가업이 아니다. 제도, 입법 취지를 벗어나 있는 거다. 그런데 공제를 더 넓혀주자고 한다. 결국 상속세를 빼먹기 위해 제도 취지가 변질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일 사례와 관련해서는 "독일의 가업상속제도가 두 차례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위헌 판결 받은 이유는 가업상속을 해줬으니 고용을 유지하고 기업 업종도 가업으로 유지할 것을 최초에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공제 범위가 커지고 가업도 아닌데 제도를 남용하다보니 규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 얘기는 속 빼놓고 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독일은 활성화가 잘되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는데 잘되고 있는 배경에는 자산 규모 2600만 유로 초과 기업에 대해서는 과세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자산 규모 2600만 유로 초과 기업들은 함부로 신청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넓혀가고만 있으니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유호림 교수는 "1억원으로 시작했던 게 매출액 기준 4000억원까지 올라갔다. 가업이 아닌 중견기업을 넘어서 웬만한 상장 기업들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금융투자소득세, 자본시장의 문제와도 연결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사장이었는데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자가 가업상속을 받게 되면 피해가 발생한다. 업종 변경이 가능한 데다, 사후 관리 15년 동안에서 5년으로 줄여 놨다. 5년 후에는 사업을 안하고 처분, 문 닫아도 상속세를 회수할 길이 없다"며 "차후에는 대기업이라고 안 될게 뭐냐는 논리가 나오지 않겠냐. 심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5월 2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대 주주 할증평가 개선, 밸류업 우수기업 가업승계 부담 완화,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에 대한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금투세, 시장 참여자 혼란 야기
그는 최대주주 20% 할증평가 폐지와 연동해 금융투자소득세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지목했습니다.
유호림 교수는 "금투세는 이미 여야가 시행하기로 한 건이다. 지금 주식 시장이 엉망이 된 건 경기가 나쁜 상황과 정책의 문제도 있지만 시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순에 대해 제도 개선을 하지 않고 다른 부분만 보면서 튀어나온 것이 금투세를 시행하면 주가가 폭락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 교수는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법으로 만들어 시행하기로 했으면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법에 따라 몇 년 후 이런 법이 작동한다는 예측이 가능해진다"며 "이에 맞춰 시장 행위를 하게 돼 있는 건데 시행하기로 해놓고 자꾸 미루고 이제와선 폐지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법적 안전성과 예측가능성을 더 흔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신뢰할 수 없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유 교수는 "개인투자자들에 대해서만 이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자본시장, 증시거래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기관투자자들 중 거래세조차 내지 않는 시장조성자들, 유동성 공급자들"이라며 "거래비용이 들지 않는 관계로 자기들이 맘에 드는 종목을 비싸도 유동성 공급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물량을 던진다. 개미들이 수익을 실현하지도 못한 채 손절하게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조세특례제한법상 여기에 대한 거래세를 전혀 물리지 않는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거래소가 여태까지 단 한번도 시장조성자들, 유동성 공급자들에 대한 불공정 공매도 거래에 대해서 제대로 적발한 적이 없다"며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 부분을 건들지 않고 있다. 시장조성자들, 유동성 공급자들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문제가 큰데 거기에 조세 우대까지 하고 있으니 더 심각하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는 "공급이 충분한 거래에 대해 시장조성과 유동성 공급을 이유로 불필요하게 공매도를 하고 있지 않은지 적발, 과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금투세를 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증시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잡힐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확대 등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한 6월 공청회를 밝힌 상태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5월30일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해 "나라의 곳간을 비워서 부자의 주머니를 채우는 모순적인 조세 정책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윤석열정부가 부자감세 시즌2를 예고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