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다음 인선은 제 몫이 아닙니다. 법적으로는 연임 가능하지만, 새 일자리 알아봐야죠."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HF) 사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주택금융 20년 성과와 향후 과제' 콘퍼런스 행사 도중 기자 물음에 이같이 밝혔습니다. 후임 인선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선 "위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했습니다.
최 사장은 2021년 2월 임기를 시작해 3년이 지난 올 2월, 임기가 만료됐습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지만 현재 주금공 후임 사장과 관련해선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주금공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정부 산하 기관으로, 통상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 등 금융당국의 전·현직 고위급 인사가 임명돼 왔습니다. 최 사장 역시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취임 전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등을 지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금공 사장 공모는 따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임원 후보추천 위원회만 꾸려졌습니다.
최 사장이 말한 대로 공운법상 연임은 가능하나, 지금까지 주금공 사장 연임 전례는 없습니다. 즉, 임기를 한 번 더 이어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주금공은 지난 2017년과 2021년에도 사장 인선에 난항을 겪은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2개월 이상 전직 사장이 임기를 이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인선 속도가 더 더뎌지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선 대통령실 개편, 국무총리 후임 인선, 행정부 개각 등 대규모 인적쇄신이 끝나고야 금융공공기관 인사가 시작될 것이라 관측하고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서 정부 여당이 참패하며 그 후유증이 길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습니다. 주금공뿐 아니라 보험연수원, 금융연수원, 코스콤, 한국증권금융 등 다수 금융기관 수장 자리가 인선이 더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주요 공공기관 가운데 공석이거나 올해 상반기 중 임기 만료 자리는 90여개에 달합니다. 최 사장과 마찬가지로 전임 기관장 임기가 끝난 지 3개월 지나도록 후임 인선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기관만 30개가 넘습니다.
일각에선 주금공이 다른 기관장에 비해 연봉이 비교적 낮아 후임 인선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최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2억8726만원으로 IBK기업은행장(3억9919만원),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3억7514만원), 윤희성 수출입은행장(3억7514만원),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3억2214만원), 강석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3억1490만원),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3억173만원) 등에 비해 적습니다.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HF) 사장이 지난달 31일 열린 '2024 주택금융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HF)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