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우상향?…흔들리는 경쟁력·불안한 외줄타기

수출 낙관적 전망 경계…기저·착시효과
5월 수출 두 자릿수 증가, 전년 기저효과
코로나19 극복 시기인 2년 전보다 못해
수입액 감소 증가세…첨단 반도체 전망도 '부정적'

입력 : 2024-06-03 오후 5:42:34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수출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낙관적 전망에 대한 경계심은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커질 전망입니다. 지난달 수출 두 자릿수 증가세가 전년 동월 최악의 수출 증감률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한 데다, 코로나19 극복 시기인 2년 전보다 못한 무역성적을 넘어서야 하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수출금융 7조원을 풀겠다는 전략이나 하반기 수출 회복 강도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1~5월 수출입 동향'을 분석하면 2년 전인 2022년 1~5월 수출액(2782억달러)과 비교해 147억달러가 감소했습니다. 지난 2022년 월별 수출액을 보면 1월 수출액은 555억달러, 2월 542억달러, 3월 638억달러, 4월 578억달러, 5월 616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21일 부산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수출 '기저효과'…수입액 준 '착시효과'
 
반면 올해 1월에는 548억달러에 머문 후 2월 524억달러, 3월 566억달러, 4월 563억달러, 5월 581억달러 수준에 그쳤습니다. 올해 1~5월 누적 수출액은 2929억달러입니다.
 
2년 전인 1~5월보다 147억달러 감소한 증감액은 2022·2024년 1~4월 기준 감소분인 112억달러보다 더 벌어졌습니다. 2022년 1~4월 누적 수출액은 2313억달러, 올해 1~4월 누적 수출액은 2201억달러입니다.
 
문제는 수입액 규모가 계속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71억5000달러 개선된 49억6000달러 흑자이나 사실상 수입이 더 줄어든 '불황형 흑자'로 분석됩니다.
 
올해 1~4월 누적 수입액을 보면 2095억달러로 2년 전인 1~4월 2381억달러보다 286억달러 줄었습니다. 올해 누적 2627억달러인 1~5월 기준으로는 2022년 1~5월 3013억달러보다 386억달러가 더 벌어졌습니다.
 
특히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 변화를 보면 무역흑자 폭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착시현상이 뚜렷합니다. 
 
2022·2024년 1~5월 간 수출 감소액은 147억달러로 2022·2024년 1~5월 수입 감소액 386억달러에서 제외하면 239억달러 무역흑자 규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2022·2024년 1~4월 수출-수입 간의 흑자인 174억달러보다 더 늘어난 수준입니다.
 
수출은 생산·부가가치·고용 유발에 크게 기여하는 지표로 한국 경제성장률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대기업의 반도체와 자동차에만 쏠려 있는 게 현주소입니다.
 
 
지난 5월30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소재 중소 수출기업을 현장방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첨단 반도체 '부정적 전망'
 
무엇보다 수출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국가기간 및 전략산업직종인 반도체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오는 2032년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현재보다 3배로 늘어난다는 분석 이면에는 한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이 급감하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10나노 미만 첨단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31%에서 9%로 급감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만도 같은 기간 69%에서 47%로 쪼그라들 전망입니다. 첨단 반도체는 데이터센터(IDC),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등의 핵심 부품입니다. 우리나라의 핵심 경쟁력인 첨단 반도체 생산의 변화가 예상되는 배경으로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등 현지 설비 투자 요인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는 내년까지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점유율뿐만 아니라 수익성 확보는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팸리스, 파운드리 등 전체 반도체 생태계의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미 반도체 지원법에만 끌려다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업종별 강화…수출금융 7조원 푼다
 
업종별 수출 경쟁력 강화도 요구됩니다. 정부도 업종별 수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규제완화에 방점을 찍는다는 전략입니다. 예컨대 조선과 해운산업의 작업능률 향상을 위해서는 한 대로만 가능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충전을 4대 동시충전이 가능하도록 완화합니다.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서는 이번 달 종료 예정인 나프타·액화석유가스(LPG) 및 관련 제조용 원유에 무관세(관세율 3%→0%)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기업 특성별 맞춤형 지원을 넓히기 위한 유망 내수기업 전용의 수출지원제도도 신설합니다. 또 중견기업의 성장절벽 해소를 위해서는 해외인증지원 등 수출지원사업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지원체계·통상환경 변화 등에 따른 기업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한 '수출 인프라' 확충에도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올해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추가 금융 투입은 7조원 규모입니다.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수출금융 규모는 5조원 더 늘리고 5대 시중은행의 수출 우대상품 2조원을 확대합니다.
 
주원 현대연경제연구실장은 '수출 경기 복원력의 강화' 보고서를 통해 "수출은 2022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하다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수출 경기의 복원력 강도가 강하지 않다. 하반기 수출 회복 강도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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