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는 어떻게 검찰개혁 무력화했나

문재인정부, 검찰 권한 약화…현 정부 들어 '검수원복'
전문가들 "법 근본 원칙 어긋나"…'인력 부족' 공수처는 지지부진

입력 : 2024-06-04 오후 5:33:1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을 무력화했습니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형사소송법 등을 개정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쥐고 있는 검찰 권한을 약화시킨 바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신설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시행령 고쳐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을 해버렸습니다. 검찰 권한은 다시 강화됐습니다. 검찰개혁은 무력화됐고 검찰공화국, 검찰독재로 변질된 겁니다. 
 
대검찰청 전경.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3법' 통과…경찰 수사종결권 등 추진
 
문재인정부는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지원사격을 받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개정안 등 이른바 '검찰개혁 3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일은 2020년 1월13일, 공수처법은 2019년 12월30일입니다.
 
2021년 1월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후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정안이 통과된 형사소송법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합니다. 제197조는 경찰의 수사권을 규정했습니다. 245조의5는 경찰로 하여금 혐의가 있는 경우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 종결을 판단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게다가 195조 1항은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서 검찰과 경찰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검찰청법의 경우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소위 '6대 범죄'로 한정했습니다.
 
또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를 수사·기소하도록 규정했는데요. 공수처가 다루는 고위 공직자 중에는 검사가 있습니다. 그동안 검사가 다른 검사를 수사하고 나서 무혐의로 결론을 내버리면 처벌 여부를 가릴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스스로 재판도 가지 않을 수 있는 형편이었는데요. 공수처는 이러한 기소독점주의를 타파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문재인정부 말 검찰 권한은 추가로 약화됐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기치로 각종 개정안들이 통과된건데요. 2022년 4월30일 가결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항목 기존 6개 중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만 남겨놓았습니다. 그해 5월3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검찰의 권한을 제한했는데요. 세부적으로는 별건 수사 금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은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수사 등이 있습니다.
 
윤석열정부, 검사 수사범위 확대·보완수사 원칙화
 
하지만 2022년 5월10일 들어선 윤석열정부는 전 정부의 검찰개혁을 무력화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 검수원복을 단행한 건데요. 2022년 9월8일 국무회의에서는 검찰청법의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부패범죄, 경제범죄에 선거범죄, 공직자범죄, 방위사업범죄를 포함시킨 내용이었는데요. 모법에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이라고 해놓은 점을 이용한 '꼼수'였습니다. '등'을 확대해석해 선거범죄, 공직자범죄, 방위사업범죄도 포함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여기에 2023년 10월17일에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도 개정했습니다. 검사의 보완수사를 원칙화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바꾼 겁니다. 보완수사 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분담하되, 분담 기준은 검찰이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정학 방통대 법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모법인 검찰청법은 검찰의 수사범위를 줄이라는 취지인데, 정면으로 반하는 시행령을 제정한 건 완전히 법의 근본 원칙을 벗어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에 검찰하고 경찰은 상호 협력 관계라고 규정해 놨는데 수사 준칙 내용을 보면 검사가 경찰을 거의 마음대로 예전처럼 할 수 있도록 해놨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위임 입법은 모법의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게 법의 기본 원칙"이라며 "한동훈 장관 쪽 세력이 교활한 법률가의 논리를 편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에서 진행한 검찰개혁의 빈틈을 치고 들어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영중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고 검찰청을 '공소청'로 남겨놨다면 지금 이런 상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사를 했던 정보를 전체적으로 경찰에 이관한다거나 국가기록원으로 가게 했거나 했으면 검찰이 다시 특수수사를 한다고 하지 않았을 것. 좀 아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정수석비서관 및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공수처는 태생적 한계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걸핏하면 사건을 검찰 등으로 이첩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수처법은 2019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후 여야 대립으로 말미암아 공수처장 임명이 지연됐는데요. 결국 2021년 1월21일에야 김진욱 공수처장이 임명되면서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출범 이후 1년 2개월이 지난 2022년 3월11일에야 첫 기소권을 행사했습니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박모 변호사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사건입니다.
 
공수처법에서부터 공수처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지적들도 있습니다. 공수처의 인력인 '수사처 검사'는 25명으로 규정돼있고, 공수처법에 규정된 공수처의 수사 범위와 기소 범위가 각각 다르다는 겁니다.
 
김 위원은 "구조적으로 볼 때 (공수처의)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됐다"며 "(예를 들어) 대통령의 경우 수사는 공수처에서 할 수 있지만 기소는 검찰에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력 자체도 특별검사 1개 정도 밖에 안된다"며 "여러 중대한 사건을 맡으면서 힘이 분산되는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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