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둔춘주공, 학교부지 놓고 서울시-조합·교육청 평행선

서울시 "부적정 부지"…교육청 "전적으로 부동의"

입력 : 2024-06-05 오후 6:02:16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단지(현 올림픽파크포레온)가 학교 용지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둔촌주공 학교 용지를 공공공지로 돌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 땅에 중학교 분교를 지으려고 했던 둔촌주공 재건축조합과 서울시교육청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반발도 심합니다. 신축 아파트가 지어지고 분양을 받아 들어오는 주민을 다수 맞이해야 하는 강동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의 학교 용지를 공공공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서울시는 의견수렴과 검토 등을 거쳐 오는 11월 둔촌주공 준공 기일 이전까지는 공공공지 전환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공공공지란 환경보호와 경관과 휴식 등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시설을 의미합니다. 건축물 없는 생활체육시설, 벤치, 나무·화초·잔디, 조형물 등을 조성할 수 있는 땅입니다.
 
5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학교 부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중학교 분교 무산 위기…조합 "오세훈, 면담 미루면 집단행동"
 
원래 해당 부지에는 인근 한산중학교의 '도시형 캠퍼스(분교)'가 들어오게 돼있었습니다. 2014년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이 땅을 학교 용지 용도로 해서 교육청 산하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기부채납했습니다. 재건축을 시작할 때부터 중학교 건립을 염두에 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2020년 중앙투자심사에서 설립 '부적정' 결정을 내린 게 발단이 됐습니다. 때문에 교육청은 한산중 자체를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근처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분교로 돌아섰습니다.
 
이런 마당에 서울시가 학교 용지를 공공공지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조합은 격앙됐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5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오세훈 시장에게 면담 신청을 한 상태"라며 "면담을 차일피일 미루기라도 하면 집회나 시위 같은 집단행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오 시장을 만나 공공공지 방침을 철회하고 학교 용지로 재전환하는 담판을 짓겠다는 겁니다.
 
분교를 추진하던 교육청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학교 용지를 공공공지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며 "서울시 방침이 교육청 동의를 받은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교육청은 서울시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한산중 분교 설립 계획을 이달 내 수립할 예정입니다. 설립 계획을 기반으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겁니다.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됩니다. 
 
반면 서울시는 현재까지는 공공공지 전환 추진을 멈추지 않을 기세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교 추진에 대해서 교육청이 서울시에 따로 통보한 바가 없다"면서 "둔촌주공의 그 땅은 교육부가 2020년 중앙투자심사를 할 때 학교 설립은 '부적정'이라고 판단한 곳"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교육청이 다시 중앙투자심사에 도전한다고 했는데, 그걸 통과한다면 공공공지 부지를 학교 용지로 다시 전환하는 게 가능은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둔촌주공 입주민들을 맞이해야 하는 강동구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강동구는 5일 이수희 강동구청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열악한 학습환경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안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교육청뿐만 아니라 서울시에도 있음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강동구는 교육청에는 중학교 설립계획을 조속히 결정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서울시에도 입주가 완료되고 학령 인구가 정확하게 파악돼, 주변 학교로 분산 배치 후 학습권이 보장될 때까지 공공공지 전환 추진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해당 기한은 2025년 3월입니다.
 
물량이 1만2032세대인 둔촌주공 단지는 중학생이 1096명에서 3000여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동구는 입장문에서 "관련기관 자료에 의하면 약 1096명의 중학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입주예정자들은 3000여명의 학령인구를 추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교육청은 최대 1700명 가량으로 보고 있습니다.
 
교육부 '부적정' 결정에도…조합·교육청·강동구 "수요 있어"
 
때문에 조합, 강동구, 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를 부적정 이유로 든 교육부의 결정을 논파할 근거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분양세대 비중이 약 40%로 높은 편이라서 생각보다 중학생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며 "분양세대 5000세대 대부분은 가점을 받고 들어왔다는 뜻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있는 세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강동구 관계자도 "실거주의무가 3년간 유예되면서 전세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유입 인구가 아무래도 좀 더 젊어져서, (교육부 결정 때보다) 아이들이 조금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 역시 "교육부는 분산 배치가 가능하다고 봤지만, 교육청은 분산으로 인한 과밀 우려를 해소하려 분교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납득할만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김인만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서울시가 수요예측을 조금 더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원래 학교 짓기로 했던 부지에 학교를 안 짓겠다고만 하면 조합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서울시나 교육청 각자 입장이 있겠지만, 교육청이 전체적인 학교 재배치 계획에 따라 학교 용지로 계획을 했으면 학교 용지로 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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