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 AI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 시장 2순위인 AMD·인텔, 구글 등이 새로운 기회를 맞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주 이들 3개 기업 조사를 위한 책임을 나누는 데 합의했습니다. 법무부가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 지배력과 관련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나서고, FTC는 MS와 오픈 AI에 대해 조사를 나설 것으로 전해집니다.
엔비디아가 판매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칩으로, 챗GPT 등 AI 서비스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최신 GPU ‘H100’은 개당 3만달러(약 4000만원) 수준임에도 주문부터 도착까지 50주 이상이 걸릴 정도로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인텔과 AMD도 반(反)엔비디아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지배력에 균열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가성비를 앞세운 인텔은 올 연말 자사 AI 가속기 ‘가우디3’를, AMD도 비슷한 시기 ‘MI325X’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엔비디아로 쏠린 고객을 얼마나 끌어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A100이나 H100이 경쟁사들 칩보다 성능이 뛰어났기 때문에 선택을 받은 것”이라며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칩이 나온다면 인텔과 AMD에게도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우디3는 동급 규모의 엔비디아 H100 GPU에 비해 학습 시간이 최대 40% 빠르다는 게 인텔의 설명입니다. 또 이 회사는 거대 언어모델을 실행할 때 엔비디아 H100 대비 평균 최대 2배 빠른 추론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MI325X 가속기는 이전 시리즈인 MI300 시리즈와 비교해 최대 35배 향상된 AI 추론 성능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업계 최고인 288GB의 초고속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탑재한 제품으로 AMD는 내년에 MI350 시리즈를 선보이고, 2026년 AMD 인스팅트 MI400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테슬라의 AI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라 엔비디아의 AI 칩 구매에만 4조~5조원대 지출을 예상했습니다. 엔비디아는 H100 이후 차세대 칩인 ‘블랙웰’을 연말에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엔비디아가 블랙웰을 통해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엔비디아. (사진=연합)
글로벌 빅테크뿐만 아니라 제조 현장에서도 AI 도입이 빨라지면서 거의 모든 산업영역에 AI 도입이 늘고 있는데요. 각 기업들이 경영 환경에 맞는 AI를 개발하고 이를 학습시키기 위해 GPU 탑재를 늘리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도 고공행진입니다.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16% 급등한 1224.40달러(약 168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총은 3조110억달러(약 4134조1030억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 MS와 오픈 AI는 이 반도체 수요를 실질적으로 증폭시키며 AI 시장을 개화한 장본인들입니다. MS는 오픈 AI의 지분을 49% 갖고 있는 최대 주주입니다.
구글 검색엔진에 뒤처진 MS는 오픈AI와 손잡고 자사 검색 엔진 ‘빙’과 워드 엑셀 등 사무용 오피스 소프트웨어에도 오픈AI 기술 탑재하며 AI 기반 검색 엔진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구글의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여전히 검색 엔진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하락 추세입니다. 반면, 챗GPT가 공개된 지 2개월만인 지난해 2월 챗GPT 이용자수는 2억명을 넘어섰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각 국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AI 업계에서 이미 지배력 구축에 들어간 이들 3개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면 기술 개발 지연으로 경쟁사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시각을 내놓습니다.
IT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경쟁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AI 업계에서 이들의 독과점이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이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잇따른 조사가 이뤄지면 기술 개발 등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소재 인텔 본사에 인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인텔)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