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 올린 '헌법 84조'를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데 이어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습니다. 코너에 몰린 민주당도 맞불을 놓으면서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졌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개 재판 동시진행…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기소됐습니다. 이 대표는 이미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등으로 이미 3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요.
이제는 무려 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재판 4개를 동시에 받는 사상 초유 야당 대표가 된 겁니다. 이 대표는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수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른 리스크도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1주에 최대 3∼4차례까지 법원을 찾아야 할 수도 있는데요. 그간 재판을 받던 서초동 서울중앙지법과 여의도와의 거리는 14km에 불과했지만, 이번 재판을 진행하는 수원지법의 경우 여의도와의 거리가 41km에 달해 당무는 물론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과 본회의 출석 등에도 차질을 빚을 걸로 보입니다.
첫 고비 '위증교사'…대형 파도 '3자 뇌물죄'
일부 재판이 마무리 단계를 향하면서 그 결과에 따른 영향도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위증교사 사건이 첫 고비입니다. 가장 먼저 1심 선고가 나올 걸로 예측되는 재판이면서 동시에, 지난해 9월 법원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 혐의를 일부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들 사건 중 1개라도 이 대표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포함,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 자격도 상실합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선고 이후 보수 진영은 부쩍 조급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대북 송금' 기소는 가장 늦은 사법처리였지만, 유죄 인정 시 형량 측면에서는 가장 중대한 혐의인데요. 이 대표가 유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은 커졌지만, 대선 전에 대법원 선고가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 재판 중 상당수가 2027년 대선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논란의 배경입니다.
문제의 '헌법 84조'…'소추' 해석 제각각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재판은 중단되는 걸까"라고 적어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정계 복귀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이 다시 한번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을 꺼내 견제구를 날린 겁니다. 한 전 위원장은 "헌법 84조의 '소추'란 소송의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요.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은 '방탄'에 '올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은 이미 '대북 송금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인데요. 대북 송금 사건을 검찰이 조작했다며, 이 사건의 수사 검사를 특검(특별검사)이 수사하도록 하는 법입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특검이 무산될 경우,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에 대한 '탄핵안 발의'까지도 검토하는 걸로 전해집니다.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2중·3중의 방어막을 형성하는 셈입니다.
'맞춤형 당헌 개정'…'특검 방패'에 '검사 탄핵'도
민주당은 전날 당무위를 열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를 폐지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오는 17일 중앙위원회에서도 무난히 통과해 확정될 분위기인데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한 '맞춤용 개정'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앞서 지난 2022년 해당 조항은 '당직 정지' 징계를 취소할 때, 그 취소 판단의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변경하면서 '이 대표 방탄용'이라는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없애버리는 초강수를 둔 겁니다.
민주당은 '강경노선'을 고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 상임위 독식과,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 발의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는 지적인데요. 당분간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등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정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선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만이 민주당으로선 방탄에 대한 시선을 희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여론전에서 다른 카드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만큼, 향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여당 공세는 강화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벗어나기 굉장히 어렵고 불리한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거의 '외통수'에 걸려있는 느낌이다. 방탄 프레임을 쓰고서라도 그냥 갈 수밖에 없고, 여야는 초강수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