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의료계 집단행동 본격화

교수 휴진 참여율 54.7%, ‘빅5’ 병원 확산 조짐도
정부, 구상권 청구·건보 선지급 제외 등 강경 대응

입력 : 2024-06-17 오후 3:13:59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울대 의과대학 산하 4개 병원의 교수들이 17일 무기한 휴진에 나섰습니다. 18일에는 대학병원과 개원의들을 포함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휴진을 예고하면서 의료계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응급·중증환자 진료를 유지하고 수술 일정 등이 사전 조정되면서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환자단체들은 휴진 장기화를 우려하며 의사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는 집회를 열고 △전공의들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 △의료개혁 상설 의정협의체 구성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의대증원 재조정을 주장하며 정부의 가시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지난 2월 갑자기 발표된 강압적 의대증원 정책 때문에 전공의와 학생들이 떠나고 의료현장이 붕괴됐다”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고,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것에 교수들이 뜻을 모았다”며 말했습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이 대정부 요구안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비대위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대 산하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중 휴진 첫 주인 17일부터 22일까지 외래 휴진이나 축소, 정규 수술·검사 일정 연기 등의 조치를 취한 교수들은 모두 529명입니다. 이는 진료에 참여하는 전체 교수(967명)의 54.7%에 해당합니다. 다만 비대위는 진료가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휴진 중에도 중증·응급환자 진료는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빅5’ 병원 교수들도 집단휴진에 동참하는 등 의료계 집단행동은 확산될 조짐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의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고, 삼성서울병원 소속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휴진 논의를 시작하며 전체 교수 총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환자단체 “아픈 환자들에 또다시 피해”
 
의협은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날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쟁점사안 수정·보완 △전공의 관련 행정명령·처분 취소 등 3대 요구안을 발표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책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대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장들에 집단휴진 장기화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 구상권 청구 검토를 요청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환자단체들도 의료계 집단휴진을 규탄하며 휴진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질병으로 이미 아프고 두렵고 힘든 환자에게 집단휴진으로 또다시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며 “의사협회와 서울의대의 집단휴진 강행 방침을 규탄하고 당장 휴진을 철회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서울의대 비대위는 응급환자와 중증환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며 “그러면 서울의대 소속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비응급 중등도(중증과 경증의 중간) 환자는 불안과 피해를 겪어도 된다는 의미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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