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불문 '생계형 일터'로…생활비 부담 '심화'

연령 불문한 맞벌이 생계…600만 가구 돌파
일터로 향하는 여성…100만원 미만 1인가구↑
처분가능소득 줄고 생활비 목적 '가계부채'↑
"필수소비재 가격 높은 수준, 생활비 부담 커"

입력 : 2024-06-18 오후 5:51:33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맞벌이·1인 취업가구 비중이 지난해 하반기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에 일터로 향하는 여성 취업이 크게 늘어난 데다, 연령 불문한 맞벌이 생계가 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1인 취업 가구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고 실질 처분가능소득도 줄면서 생활비 부담만 커지고 있습니다.
 
18일 통계청의 '2023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을 보면 배우자가 있는 유배우 가구(1268만7000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48.2%(611만5000가구)로 전년보다 2.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는 처음으로 600만 가구를 넘어서는 등 2015년 관련 통계 이후 최고치입니다.
 
 
지난 6월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메뉴와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아내도 돈 벌러…맞벌이 '역대 최대'
 
맞벌이 가구 비중은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했습니다. 30대는 4.7%포인트 상승한 58.9%로 가장 높았습니다. 50대는 2.8%포인트 오른 58.0%를 차지했습니다. 
 
40대는 2.7%포인트 늘어난 57.9%를 기록했습니다. 15~29세(52.6%)도 2.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60세 이상(32.5%)은 1.4%포인트 늘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연령대는 지난해 처음 비중이 높아진 30대 맞벌이로 지난해 숙박 및 음식점업의 30대 여성 고용률 증가와 궤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측은 "여성 고용률이 늘어나면서 맞벌이 비중이 상승한 경향"이라며 "지난해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30대 여성 고용률이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18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가 있는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232만6000가구로 12만9000가구 늘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3.5%포인트 상승한 56.8%로 사상 최대입니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도 전년보다 2.1시간 증가했습니다.
 
막내 자녀가 6세 이하인 맞벌이 비중(51.5%)도 첫 50%대를 넘어섰습니다. 맞벌이 가구 중 함께 사는 동거 맞벌이 가구 비중은 86.7%로 1.0%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짓거나 식당 등을 운영하는 형태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부부가 늘어났다는 게 통계청 측의 설명입니다.
 
18일 통계청의 '2023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을 보면 1인 취업 가구의 비중은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한 63.3%를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인 취업 가구 '급증'…임금 격차↑
 
1인 취업 가구의 비중도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한 63.3%를 기록했습니다. 성별 비중으로는 남자(70.6%)가 여자(55.9%)보다 높았습니다. 그러나 남자 비중은 전년과 동일한 반면, 여자는 0.4%포인트 올랐습니다.
 
1인 취업가구의 비중은 30대(87.4%), 40대(82.7%) 순으로 높았습니다. 증가폭 면에서는 60대 이상(1.7%포인트), 50대(1.4%포인트), 40대(0.3%포인트) 순이었습니다.
 
산업별 취업 가구 비중은 제조업(14.5%),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0.8%), 도매 및 소매업(10.0%) 순으로 높았습니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8.5시간으로 전년보다 1.5시간 증가했습니다.
 
월 100만원 이하를 버는 1인 취업가구 비율은 11.1%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늘었습니다. 400만원 이상은 20%로 2.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300만원~400만원 미만은 1.1포인트 증가한 24.8%를 자치했습니다.
 
100만원~200만원 가구(10.0%)와 200만원~300만원 가구(34.0%)는 각각 2.9%포인트, 1.3%포인트 줄었습니다.
 
지난 6월13일 서울 소재 한 마트 매장에 조각 수박·메론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생활비 부담으로 쏠린 고물가·고금리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지난해 실질임금은 전년보다 1.1% 줄면서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가 3.6% 급등한 요인 때문입니다. 
 
올해 1분기 실질임금도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하면서 2022년 2분기 -1.1%를 기록한 이후 실질임금 마이너스 현상은 8분기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실질 근로소득과 실질 사업소득이 각각 1.9%, 1.7% 감소하던 때입니다. 당시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81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5.2% 증가했습니다. 이 중 소비지출은 5.1% 증가에 달했습니다.
 
실질 근로소득은 올해 1분기에도 3.9% 줄어든 상황입니다. 지난해 물가 변동폭을 반영한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을 보면 2009년(-0.4%) 이후 처음으로 1.2% 감소했습니다. 3%대의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겁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설문한 결과를 보면, 직장인 88.5%가 '물가 상승으로 임금이 사실상 삭감됐다'고 답했습니다. 41.2%는 '추가 수입을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무엇보다 부동산보단 생활비 목적의 가계부채 증가 폭 형상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2023년 부채 증가 가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추가 차입 가구의 총 금융부채는 전년보다 4.4% 증가했습니다.
 
이 중 부동산 구입 응답한 비중은 전년보다 1.2%포인트 감소한 반면 생활비 목적이라고 응답한 가구 비중은 4.8%포인트 급증했습니다.
 
올해 1분기 가계대출이 4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배경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지난해 4분기보다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식료품, 의류 등 필수소비재 가격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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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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