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데이터')②한번 밀리면 끝…'데이터 주권' 전쟁 격화

라인야후·틱톡 금지 등 '데이터 주권' 대두
알리·테무 개인정보 중국 이전 논란 등…한국도 '시험대'
글로벌 '데이터 주권' 강화 추세 속 데이터 확보 정책 병행
"확보 못하면 종속"…결국 핵심은 '데이터'
"적극적인 해외 진출 통해 데이터 확보 환경 넓혀야"

입력 : 2024-06-21 오전 6:00:15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AI(인공지능)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글로벌 각국에서는 자국 데이터 산업을 적극 육성함과 동시에 보호를 위해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모습이 감지됩니다. AI 학습의 핵심 재료인 데이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는 만큼 소유와 권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립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이터 주권이란 국가와 개인이 생성한 데이터 역시 주권이 있어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국가나 개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개인정보에 대한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데, 이러한 데이터 주권 강화 사례는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일본 정부, 미국의 틱톡 금지법 등 최근의 글로벌 환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자국민의 정보가 타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AI 시대 2의 유전이라고도 불리는 데이터는 크게 보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고 작게 보면 개인정보의 보안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글로벌 추세 속 시험대에 올라 있는데요. 라인야후 사태 외에도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개인정보 중국 이전 논란 등이 그것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지하철역 광고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런 글로벌 추세 속에서 주권만을 강조하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입니다. 국민의 개인정보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철저히 보호해야 하지만 자칫 국가주의로 인한 쇄국은 데이터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데이터에 대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의 차별 없이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안전한 데이터 유통이 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라고 제언했습니다.
 
글로벌 각국, 데이터 보호·공유 정책 병행
 
 
실제로 글로벌 국가들은 자국 데이터 보호와 함께 산업 육성을 위한 데이터 이전 확대 등 활성화 정책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7EU(유럽연합)‘EU-미국 데이터 프라이버시 프레임워크(DPF)’에 대한 적정성 결정을 채택했는데요. EU회원국들과 미국 간의 개인정보를 자유롭게 이전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적성 국가인 중국에 대해 틱톡 금지법 등 데이터 주권을 강화한 것과 대조됩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말 개소한 상하이 데이터 거래소를 시작으로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공업정보화부, 국가사이버공간관리국 등 16개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데이터 보안 산업 발전 촉진에 관한 지침 의견을 발표하고 데이터 보안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AI 그래픽 (그래픽=연합뉴스)
 
결국 핵심은 '데이터 확보'…"해외 진출해 확보 환경 넓혀야"
 
데이터 주권강화 등 이러한 글로벌 각국의 정책 방향은 결국 데이터 확보로 귀결되는데요.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AI 시장 선도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규모의 경제 속 미국과 중국 등 AI 패권 국가에 산업이 종속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세계 각국을 움직이는 동력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AI, 데이터 산업을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까지 미국의 테크 기업에 의한 종속이 얼마 남지 않아 절박함을 느낀다라고 밝혔는데요. 최 대표는 이러한 AI·데이터 산업을 전쟁터라고 언급하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AI 기술의 종속은 결국 문화 종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데이터는 결국 정보뿐 아니라 문화, 역사, 가치관 등이 모두 축적되는 것인 만큼 개발국 중심의 편향적인 형태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격화되는 데이터 주권전쟁 속에서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해 양질의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소버린 AI(주권 AI)’가 대두되는 이유입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 데이터를 우리나라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데이터센터 건립 등 합법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넓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배덕훈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