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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8일 17: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의 보험사 인수가 막바지에 다다른 모습이다. 현장 실사까지 진행했던 롯데손해보험 대신
동양생명(082640)·ABL생명 패키지를 선택했다. 대주주인 다자보험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라 매각가도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우리금융은 단숨에 생보업계 5~6위권에 올라서게 된다.
우리금융그룹. (사진=우리금융그룹)
롯데손보 인수 포기, 다자보험그룹과 '맞손'
우리금융은 28일 공시를 통해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해보험 지분 인수를 검토하였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예정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두 보험사에 대한 실사에 착수한다. 롯데손해보험 본입찰에 불참한 만큼 생보사 인수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2014년 분할 매각 이후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다. 숙원사업으로 꼽히던 증권사는 최근 한국포스증권 합병으로 해결했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자회사는 총 13개로, 4대 금융지주 중
신한지주(055550) 다음으로 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대형 자회사가 없는 탓에 실적 기여도는 낮았다. 올 1분기 기준 우리금융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기여도는 10.3%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하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들면서 지주 전체 실적도 감소했다. 비은행 자회사 실적은 낙폭이 더욱 크다. 1분기 우리은행의 실적은 1년 전에 비해 8.4% 하락한 데 반해 비은행 자회사 분기순손익 합은 같은 기간 11.5% 감소했다.
그럼에도 보험사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부족하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소규모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에 우리종합금융을 흡수합병하는 방법을 택했다. 증권업 라이선스와 효율적 자금 활용을 위해서다. 증권사 마련에 드는 비용을 아낀 덕분에 보험사 인수 자금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부족한 자금도 조달했다. 1분기 우리금융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81%다. 지난 19일 우리금융지주는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우리금융이 비은행 실적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도 마무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자보험그룹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최대주주로 다자생명과 자회사 안방그룹이 동양생명의 지분 75.34%를 보유하고 있고, ABL생명은 안방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현재까지는 다자보험그룹과 교환한 양해각서가 전부다. 사실 일반적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MOU는 특별한 약정이 따로 없다. 다만 비구속이라고 해도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정하는 경우가 많다. 배타적 우선협상권과 비밀유지의무, 이행보증금 등이다. M&A는 마무리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롯데손보를 포기한 만큼 두 곳의 생보사 인수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MOU를 교환하고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나 매각조건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라며 "한달 내 세부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에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가 차이 등 난관…양측 모두 절실, M&A 기대감
우리금융이 비은행 자회사를 원하고 있으나 M&A가 마무리되려면 양측 합의가 필요하다. M&A가 중간에 결렬되는 가장 큰 이유는 매각가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서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 시 무리해서 '오버페이' 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매각가에 대한 입장 차이는 극복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비은행자회사 포트폴리오 확대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우 수년째 매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모두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다. 저축성 보험은 목돈 마련이 목적으로 납입한 보험료보다 만기시 지급하는 보험료가 많다. 보험사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저축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수익성은 떨어진다. 지난해 말 저축성 보험 비중은 수입보험료 기준 동양생명 22.2%, ABL생명 35.3%다.
지난해 1월 IFRS17 도입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2023년 말 ABL생명의 보험이익이 양수로 전환됐으며 같은 기간 동양생명의 보험이익은 234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성장해 동양생명은 2957억원, ABL생명 80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모두 성장했다.
우리금융이 이들 회사를 인수할 경우 당기순이익뿐만 아니라 총자산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32조8957억원, ABL생명은 17조3846억원이다. 양 사를 합치면 총자산 기준 6위권 보험사로 거듭나게 된다. 우리금융의 3월 말 총자산은 504조7674억원으로, 50조2803억원이 더해질 경우 555조477억원으로 10%가량 불어난다. 3위인
하나금융지주(086790)와의 차이도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자회사 중 은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랜 기간 증권업과 보험업 진출을 다양한 방법으로 모색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