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HD현대오일뱅크, 재무악화 위기감…'임원 주말근무'가 해법 될까

HPC 투자 여파에 차입 규모 증가
여전히 업계 매출 순위 '꼴찌'
7월부터 임원 대상 주말 근무 실시

입력 : 2024-07-02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17:1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D현대오일뱅크가 대규모 설비투자로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질유분해설비(HPC) 등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차입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매출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유4사 중 가장 적은 액수를 기록했다. 이에 회사는 오는 7월부터 임원을 중심으로 주 6일제 비상근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1분기 부채비율 230%…순차입금 9조원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HD현대오일뱅크는 7조878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은 매출액 9조3085억원, GS칼텍스는 11조8569억원, SK이노베이션(096770)은 18조8551억원으로 모두 HD현대오일뱅크 보다 큰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정유 4사 중 가장 적은 매출액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정유 4사 중 가장 적은 28조108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롯데케미칼(011170)과 합작해 3조4000억원 규모의 HPC 설비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회사의 당시 차입금 규모는 크게 늘었다. 2019년 4조원이었던 순차입금 규모가 2020년에 6조원, 2021년에는 8조원 증가해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HPC 준공이 끝났지만 HD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HPC 가동은 준공한 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고유가·고환율 영향으로 운전자금 부담이 지속돼 올 1분기 순차입금은 약 9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HPC 설비는 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올레핀 계열 전반의 수급여건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2년 말 HPC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해 연간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같은 올레핀 제품 생산능력을 확보했다”면서도 “산업 내 신규 설비 공급이 확대된 반면 수요는 약해지면서 투자성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이 수익성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투자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와 차입금 증가가 지속되며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HPC 투자가 시작된 2019년 부채비율은 136%로 적정기준인 100% 미만에 비교적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2020년 178%로 상승하더니 2021년 218%로 20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준공이 끝난 2022년 185%로 회복되는가 했으나 지난해 다시 205%를 기록하며 올 1분기 230%까지 증가했다.
 
총차입금도 지난해 9조230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로 불어났다가 올 1분기에는 9조400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HPC 설비 등 대규모 투자는 마무리됐지만, LNG 발전소와 수소, 바이오 연료 등 친환경 사업과 관련한 투자가 지속될 예정이라 단기간 내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재무구조와 관련해 "최근 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함에 따라 부채비율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유사업은 원활히 가동,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증설된 공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자연스럽게 재무구조는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상태 '비상'…임원들 주 6일제 비상근무 돌입
 
재무구조 악화가 지속되자 HD현대오일뱅크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바로 임원들의 주 6일제 비상근무다. 주 6일 근무는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평일과 더불어 매주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것이다. 특히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가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이 신규 투자한 생산시설 등이 본격적인 가동을 앞둔 상황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이로 인해 마진 하락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HD현대오일뱅크 외에도 대내외 리스크 대응을 위해 비상경영 체계를 시작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삼성이 지난 4월부터 전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 6일제를 시행 중이고, SK(034730)그룹은 지난 2월부터 토요 사장단 회의를 24년 만에 다시 시작했다. 포스코의 경우 격주로 주 4일 근무하던 임원들을 주5일 모두 근무하도록 했다. 기업이 대내외 리스크 대응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단순히 근무일수를 늘리는 게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근무시간을 단축하려는 대세적 흐름을 거슬러 ‘워라벨’보다 일을 중시하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요 공장인 대산 공장의 경우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직원들은 교대 근무 등을 통해 공장을 실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임원들의 주 6일 출근으로 빠르고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라며 "최근 정제마진 악화로 비상경영에 돌입했으며 다양한 돌파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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