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5일 16: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영풍(000670)이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400억원의 환경 복구 관련 충당부채를 쌓은데다 석포제련소에서 환경 규제 위반에 따라 행정당국의 제재를 받는 등 향후 비용 부담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010130)과의 갈등으로 인해 황산 위탁 처리 계약을 종료 당하는 등 사업적 시너지를 소실할 위기에 처했다는 점도 우려요인으로 꼽힌다.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사진=영풍)
환경 관련 충당부채 매년 확충
5일 금속업계에 따르면 영풍의 올해 1분기 환경 복구 관련 충당부채 규모는 240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005억원)보다 19.8% 증가했다. 향후 영풍의 환경 복구 관련 충당부채는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환경 복구는 향후 정확한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긴 시간동안 이뤄지는 까닭이다.
영풍은 대구지방환경청 및 봉화군청으로부터 지난해 총 11건의 신규 환경 관련 제재를 받으면서 과태료 1700만원가량을 납부한 바 있으며 향후 대기오염방지 시설 개선 및 환경 정화 활동을 이행해야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설비 개선은 이행률이 낮아 지속적인 자금 투입을 통해 설비를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지난 2022년 영풍에 석포제련소 통합환경관리허가를 내주면서 영풍에 환경 정화를 위한 설비개선 등 이행사항을 요구한 바 있다. 영풍의 설비 개선 이행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파악되지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리에서 영풍의 설비 개선 진행률은 2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당부채는 영풍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금속업계가 코로나19 기저 효과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영풍은 지난 2021년 영업손실(26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영풍은 2021년 598억원의 환경 관련 충당부채를 쌓았다. 충당부채가 없거나 낮았다면 영업이익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선 매출원가를 낮춰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들어 영풍이 고려아연의 신사업 확대 행보를 두고 고려아연과 시각차가 나타나면서 갈등이 심해졌고, 공동 사업이 중단되면서 사업적 시너지가 낮아지고 있다.
이에 영풍의 비용 부담은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창립이래 75년간 원료 구매뿐 아니라 운영 부문에서도 공동으로 협력을 이어온 바 있다. 특히 영풍은 올해 1분기 차입금 규모는 4733억원으로 지난해 말(4197억원)보다 12.8% 증가하는 등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이러한 비용 부담은 향후 재무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업 시너지 감소에 비용 절감 위기
영풍은 충당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감축해야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지난 4월 영풍과 함께 해오던 원료 공동구매를 중단했다. 이에 영풍의 원가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분기 영풍의 아연 정광 구매액은 1489억원으로 제련 사업 부문 전체 원료 구매액의 86%를 차지했다. 2분기부터 공동구매 중단의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면서 점차 영풍의 원료 구매 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96.2%였던 영풍의 매출원가율은 올해 1분기 99.5%로 10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아울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산을 고려아연을 통해 위탁 처리해 왔다. 그러나 지난 6월30일 황산 취급 계약 종료일을 맞아 고려아연은 황산 보관 시설 축소 및 안전 리스크 증가 등의 이유를 들어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영풍은 동해항에 자체 황산 처리 시설이 있지만 석포제련소의 발생량을 단독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산을 처리할 수 없다면 아연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과의 계약 종료에 대해 7년의 유예기간을 주장하고 있다. 유예기간동안 황산 처리 시설 건설 등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간 갈등으로 인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공동 사업이 연이어 종료되면서 금속업계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과의 협력을 통해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내왔지만 이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당면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아연 가격이 오른다면 영풍은 비용 증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금속업계에서는 아연 가격이 오를 경우 영풍의 원가율 하락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아연 가격은 올해 1분기 1톤당 2450달러였으나 올해 3분기 들어 2900달러로 18.4% 상승했다. 금속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제련 아연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어 원가율이 하락한다.
영풍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과거 동해항 황산 취급 시설 설립에 10년가량 걸린 경험을 바탕으로 7년의 유예기간을 제시한 것이며 충당부채는 향후 쓸 비용을 미리 적립한 것으로 비용 부담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