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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기업지배구조는 기업경쟁력의 원천이자 각국 경제의 장기적 안정 성장의 기본요건으로 인식된다. 국내에서는 2018년 국민연금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해 책임 있는 투자활동을 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행사 지침)을 도입하면서 대두됐다. 하지만 신성통상은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지난해 'D(매우 취약)' 등급을 받은 데 이어 공개매수를 통해 신성통상을 상장폐지키로 하면서 소수주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소액주주 보호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IB토마토>는 신성통상의 상장폐지 가능성과 지배구조 체제의 문제점, 낮은 ESG등급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가 향후 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의류브랜드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005390)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폐지로 3000억원 이상 쌓여 있는 이익잉여금을 승계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증여세 마련을 위해서 자금 마련이 필요한데 상장폐지 시 오너일가가 일반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를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신성통상)
가나안 지배력 확대…승계구조 완료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신성통상의 기명식 보통주식 3164만4210주(발행주식총수의 22.02%)를 주당 2300원에 공개 매수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겠다고 공시했다.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95%를 넘어서야 한다. 현재 신성통상의 보통주 발행주식총수는 신고서 제출일인 6월21일 기준 1억4370만8390주이며, 공개매수자인 가나안은 6049만8000주(지분율 42.1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2대주주는 에이션패션으로 6월 기준 2537만6900주(지분율 17.66%)를 확보하고 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공개매수 청약주식을 각각 60대 40의 비율로 안분하여 매수할 예정이다.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가나안의 지분은 13.21%포인트 증가한 55.31%, 에이션패션의 지분은 8.81% 늘어난 26.47%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염태순 회장 지분율 2.21%(317만1768주)과 그 딸인 염혜영, 염혜근, 염혜민 씨는 각각 지분율 5.30%(762만2504주)를 유지하게 된다. 염 회장의 첫째 사위이자, 장녀인 염혜영씨의 남편인 박희찬 신성통상 상무 역시 보유 지분 0.10%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션패션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이 지분 53.3%(32만9500주), 가나안이 지분 46.5%(28만8000주)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다. 가나안이 에이션패션의 2대주주로 있는 만큼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에이션패션이 확보한 신성통상에 대한 지배력도 가나안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가나안은 오너2세인 염상원 이사가 지분 82.43%(47만8100주)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로, 실질적인 모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개매수 완료 시 염상원→가나안→신성통상으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가 기존보다 더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개매수에 앞서 가나안은 지속적으로 신성통상 주식을 매수해 왔다. 올해 2월에도 1일부터 7일까지 총 다섯 번의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41.80%에서 42.10%로 약 0.3%포인트(주식 43만5000주) 확대한 바 있다.
상장폐지로 증여세 수백억원 절감
전문가들은 신성통상의 승계가 이미 완료된 만큼 이번 공개매수를 증여세 마련을 위한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염태순 회장은 염혜영, 염혜근, 염혜민 씨에게 지분을 증여해왔다. 지난 2021년에도 염 회장은 세 딸에게 각각 4%씩 모두 12%의 지분을 증여했다. 이에 염회장의 신성통상 지분율은 20.21%에서 8.21%로 쪼그라들었다. 당시 세 딸이 취득한 주식은 각각 574만8336주로, 최대주주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되는 증여세가 최고세율 50%의 20%를 할증한 60%로 적용되며 273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올해 2월에도 염씨는 1179만4272주에서 862만2504주를 세 딸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287민4168주씩 추가 증여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 기준 세 딸은 각각 지분 5.30%(766만2504주)를 보유하게 됐다. 염 회장의 지분은 8.21%에서 2.21%(317만1768주)로 6%포인트 축소됐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사들이는 주식 총 3164만4210주를 공개매수 가격 2300원으로 단순 계산 시 728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8월 연결감사보고서 기준으로 가나안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720억원, 지난해 6월 감사보고서 기준 에이션패션은 756억원을 보유 중이다. 동기간 이익잉여금은 가나안은 2775억원, 에이션패션은 836억원으로 넉넉한 수준을 보였다.
오너일가가 직접 개인 돈으로 증여세 납부를 선택했다면 증여세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신성통상의 상장 폐지가 완료될 경우 이익잉여금을 일반주주에게 배당할 의무가 없어지는 만큼 오너일가의 현금 유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세무 전문가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신성통상의 증여세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라며 "상장사라면 배당 시 자금의 일부가 일반주주들에게 흘러가겠지만 상장폐지가 완료되면 대주주 일가의 현금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성통상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공개매수와 증여세 관련해서 답변드릴 것이 없다"라면서도 "이미 가나안 지분 승계 당시 오너2세에게 갈 배당은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