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F 2024)"게임 질병 코드 대응, 문체부 의지 있나"

게임 이용 장애, 양형 쟁점 될 듯
이철우 "불륜의 원인이 등산인가" 이중 잣대 지적
이도경 "문체부 주요 계획서 빠져 납득 안돼"

입력 : 2024-07-10 오후 3:59:03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10일 오전 5시40분. 부산발 서울행 KTX에 오른 승객들은 저마다 전화기를 꺼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세 시간 반 동안 같은 콘텐츠를 이용했는데요.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변호사)는 '이 중에서 나만 질환자인가. '이용 장애'라는 말이 어째서 게임에만 붙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서울역에 내렸습니다.
 
이 회장을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은 이날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4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NGF 2024)'에서, 불합리한 잣대로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과 게임 질병 코드 도입에 대응하는 행정부의 대응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정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이 1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4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형사사건 쟁점 될 것"
 
우선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11)에 포함된 게임 이용 장애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적용할 경우, 형사사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이날 발표 세션 이후 토론 사회자로 나선 이정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면 그 이유로 게임을 찾는다"며 "게임 질병 코드화가 될 경우 행동장애나 정신장애 영역으로 들어갈텐데, 이 장애로 인해 발생한 범죄는 형사법적으로 불처벌 내지 감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나에게 게임 이용 장애가 있다'고 주장할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매우 궁금하다"고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변호사)이 1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철우 회장은 "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해주고, 회사에서 병가를 내 주고, 군 입대가 면제되는 병으로 취급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뼈 있는 발언으로 화답했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매체의 위상이 달라진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 회장은 "불온 서적 취급받던 만화책이 웹툰으로 대중화됐고, 예전엔 아이돌 팬덤이 이상한 사람들 취급 받았지만 이제 아이돌이 자랑스런 콘텐츠가 됐다"며 "게임 역시 시대 흐름의 변화 속에 있지만, 항상 그 문화를 향유하지 않는 분들이 발목을 잡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저는 골프가 얼마나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지, 낚시가 얼마나 동물 학대에 해당하는지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며 "게임을 하지 않은 분들이 게임 이용이 질병이라는 식으로 말한다는 문제 의식을 게임 이용자들이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여러 매체가 게임화 되면서, 게임의 영역을 제한하기 어려워진 점도 게임 질병 코드화의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이 회장은 "넷플릭스의 '트리비아버스'처럼 게임이 점점 섞여 들어가는 와중에 '게임'은 너무나 광범위하다"며 "(게임이 아닌)어떤 취미를 열심히 해도 공부를 못 하게 된다거나 가족과 다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게임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KBS '스모킹 건'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아내 살해범의 범행 동기를 게임으로 지목했는데요. 정작 대법원은 해당 사건이 각종 스트레스가 쌓인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졌다고 판단해, 공영 방송이 게임에 대한 인식 왜곡을 확산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불륜의 원인이 등산이고 부정청탁의 원인이 골프인가"라며 "게임 이용 장애를 섣불리 질병화하고 그에 따라 여러 정책을 시행하는 게 결국 이용자들의 게임 향유권을 제한한다면, 이는 헌법상 기본권 제한 문제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도경 보좌관(강유정 국회의원실)이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문체부가 '진단 척도' 덥석, 걱정된다"
 
정치권에선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극적인 대처를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강유정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은 "문체부의 대응 의지가 걱정된다"며 "(게임 질병 코드화에 찬성하는) 보건복지부는 직접 나서지 못해도 가톨릭대의 교수님이나 그 분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중독정신의학회를 잘 활용하며 여론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제 문체부 업무보고에서 강유정 의원께서 ICD-11 도입 또는 추진중인 국가 현황, 그리고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도입 여부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는데 문체부에서 별도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며 "문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봤을 때, WHO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 관련 대응 계획이 빠져있었다. 굉장히 심각하다고 본다"고 질책했습니다.
 
또 "국회의원 보좌진 설명회 자료에 대응안이 들어있었는데, 정작 국회의원 업무 보고 자료에 빠져 있는 건 상당히 의도적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내년에 초안이 나오는데, 주요 업무 계획에서 빠져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문체부가 게임 질병코드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 보좌관은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진단 척도 개발에 문체부가 찬성해서 국장께서 협의하셨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진단 척도야말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전제로 얘기를 나누는 것인데, 방어해야 하는 부처에서 덥석 받아 이렇게 얘기를 이어가 굉장히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1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4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문현실 DM행복심리상담치료센터 원장, 정정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게임법·정책연구센터장,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이정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도경 보좌관,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 (사진=뉴스토마토)
 
게임 이용 장애의 도입 근거가 무엇인지 정부가 적극 확인하고 민관협의체도 투명하게 운영해, 국민들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섰던 정정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게임법·정책연구센터장은 토론 자리에서 "ICD-11을 만들 때 논의한 자료가 굉장히 많을 텐데, 어떤 형태로도 찾아볼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라든지 문체부는 WHO가 어떤 이유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는 자료를 얻어,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민관협의체에서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알 방법이 없는데, 어느 날 결론이 도출됐다는 식으로 끝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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