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태영건설(009410)이 12일자로 감자 절차를 마쳤습니다. 이제 채권자들 출자전환한 주식이 상장되고 나면 재무구조 정상화의 첫 단계는 마무리됩니다. 출자전환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주식 거래 정지 사유를 해소한 만큼 다시 감사를 받아 주식 거래 재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은 변수는 추가 감자 여부인데 사측은 추가적인 감자는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태영건설 주가는 하루 전 2310원에서 4620원으로 재조정됐습니다. 보통주 주식은 3889만9098주가 1147만4061주로 급감했습니다. 갑자기 주가가 2배로 뛴 것 같지만 이는 착시입니다. 무상감자 결정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출자전환, 빚 대신 주식으로
태영건설 채권단은 기업회생(워크아웃) 과정에서 주주 무상감자를 결정, 대주주 주식은 100 대 1로, 일반주주는 2 대 1의 감자를 실행했습니다. 조건 없이 주식 수를 줄이는 무상감자입니다. 다만 감자된 비율에 맞춰 주가는 2배로 조정됐습니다.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1147만주보다 훨씬 많은 주식이 곧 상장될 예정입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채권액 6329억3005만원이 주당 2310원에 출자전환돼 2억7399만5695주로 전환, 이중 대부분이 오는 22일에 상장된다고 밝혔습니다.
출자전환은 채권자들이 빌려둔 대출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기업회생을 위해 돌려받아야 할 빚을 주식(자본금)으로 바꿔서 받는 행위, 즉 유상증자를 한 것입니다. 그만큼 부채는 줄어들고 자본금은 늘어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주식엔 산업은행의 몫 790억원, 지분율 11.95%에 달하는 3419만9134주와, 태영건설의 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의 주식 1억7326만8230주(60.56%)가 포함돼 있습니다. 대부분은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빌려준 4000억원을 전액 주식으로 출자전환한 것입니다. 이 주식들이 오는 22일에 상장됩니다.
채권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태영건설68 채권도 채권액 절반은 2027년으로 상환이 연기됐고 나머지 절반이 출자전환돼 주식으로 발행될 예정인데요. 개인 채권자들의 경우 기관 채권단에 비해 늦게 사채권자집회를 거치느라 하루 전인 11일에서야 법원의 결의 인가가 났습니다. 증권신고서 제출기간 등을 고려하면 8월 말쯤에나 이들의 출자전환 주식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이는 7월에 있을 채권신고 및 출자전환 청약을 한 채권자에게만 해당되며, 채권 신고와 청약이 늦어질수록 주식을 받는 날짜도 계속 늦어지게 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자본잠식 해소 후 재감사 받아 거래정지 푼다
이렇게 감자와 출자전환 주식 상장까지 마무리되고 나면 워크아웃 방안 중 재무구조 정상화의 큰 산은 넘게 됩니다.
태영건설은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 자산총계 5조2812억원, 부채총계 5조8429억원으로 -5617억원의 자본잠식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분기엔 자본잠식 규모가 –5807억원으로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출자전환액이 6329억원이므로 2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지 않는 한 자본잠식을 탈피하게 됩니다. 이에 태영건설 주식 거래가 정지된 근본적인 이유인 자본잠식 사유를 해소하고 나면 절차를 밟아 한국거래소에 주식 거래 재개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절차는 몇 번 더 거쳐야 합니다.
한 해를 결산하고 감사를 받아야 할 지난 3월은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관련 실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기업개선 계획도 나오기 전입니다. 당시 태영건설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였던 투자·대여자금 중 손상 규모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채무 중 부채 전환 금액 등이 PF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변할 수 있어 재무제표를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 거래가 중지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2023년 결산부터 재감사해야 하고, 올해 6월말 기준 자본잠식 해소 사실도 확인하는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3분기 안에 적정의견을 확보해서 이를 근거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아 11월 중에 주식 거래를 재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태영건설이 감자와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마치고, 감사와 상장 적격성 심사를 거쳐 주식 거래 재개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채권자 보유주식 매도 가능성 ↑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주식은 다시 거래할 수 있겠지만 정작 걱정거리는 따로 있습니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출자전환 주식의 대부분은 티와이홀딩스와 산업은행 등의 것이므로 22일엔 태영건설 주식 수가 지금의 약 15배로 급증하게 됩니다. 주식 거래는 정지돼 있어 시가총액은 일단 1조3188억원으로 뛸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채권자들이 채권 대신 받은 주식을 매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기존 주주나 채권자들이 받을 출자전환 주식이나 똑같은 태영건설 주식이지만, 내용상 같은 주식은 아닙니다. 기존 주주는 주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채 주가만 4620원으로 찍혀 있지만, 채권자들이 받을 주식은 매입원가가 출자전환 가격인 2310원이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주식 거래가 재개되면 채권자들은 주식을 던질 유인이 크고 그에 따라 주가도 하락 압력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감자와 출자전환을 끝낸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비일비재합니다.
건설경기가 여전히 나쁘다는 점도 주가엔 악재입니다. 더구나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기간 중인 지난 5월 매출의 절반이 넘는 토목건축사업에서 2개월(6월18일~8월17일) 영업정지를 처분받기도 했습니다. 하도급 관련 문제였습니다. 이런 와중에 PF 사업장에서 추가 부실이라도 발생한다면 큰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태영건설의 경우 반포 PF사업장이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이에 일부에선 추가 감자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다만 태영건설 측은 워크아웃 계획 때에도 추가 감자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