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책금융연구소가 한국수출입은행에 묻습니다

입력 : 2024-07-22 오전 6:00:00
K-정책금융연구소는 지난 2월 '1사 1법'으로 되어있는 정책금융 공공기관의 존재 근거법을 개정함으로써 글로벌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이끌고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의 잠재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정책금융 생태계 혁신을 위해 출범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방형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이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경제 질서의 신(新)블럭화 국면에서 선진국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회와 원동력을 확보하고 시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이같은 연구의 일환으로 K-정책금융연구소는 11개 주요 정책금융기관이 법상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생태계 평가 A항목)으로 공개 질의합니다. 해당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각과 형식의 질문에 난감해할 수도 있겠으나 공공기관도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국민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1. 1976년 설립된 한국수출입은행은 국내 외환은행에 수출입은행 업무를 대행하는 공적 수출신용기관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법(이하 수은법) 제1조'에 근거해 수출입, 해외투자 및 해외 자원 개발 등 대외 경제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시장 실패 보완 등의 역할도 주어집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경제성장 기여도 1.17%포인트(p)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경제성장률(1.36%)의 86.1%를 이끌었습니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개방형 통상국가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국민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수출입 금융을 책임지는 수출입은행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자본금 증액, 특정기업 몰아주기? 
 
2. 수은법 제4조(자본금)가 지난 3월 개정됐습니다.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자본금이 확대됐는데요. 2021년부터 국회에 계류됐던 수출입은행 자본금 한도 증액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기획재정위원장이 대안 발의한 결과입니다. 자본금 한도 증액 후 실제 자본금이 늘어나면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도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번 증액은 한화(000880)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폴란드 방산 계약을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자본금 증액 시점과 배경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수출입은행 전경. (사진=수출입은행)
 
3. 수은법 제18조(업무) 3호에는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중견기업의 수출입과 해외 진출에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중소·중견기업이 46%로 집계되는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각각 몇 %입니까? 더불어 대기업보다 국민경제와 고용 등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을 위해 별도 대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이 있습니까?
 
4. 수출입은행의 업무 중에는 해외투자, 해외 사업 및 해외 자원 개발 활성화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공적 개발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DCF로 해외 국가가 공적 개발에 착수하면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금껏 EDCF를 운영하면서 성공적인 회수 사례가 있습니까? 또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은 금융 지원에서 끝나지 않고 안전한 회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시 감시 체계가 마련돼 있습니까?
 
무역보험공사와 업무 중복 우려
 
5. 지난해 1월, 수출입은행은 대외 채무보증 한도를 확대했습니다. 연간 대외 채무보증 총금액 한도를 기존 연간 무역 보험 인수금액의 35%에서 50%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수은법 시행령 개정안을 기획재정부가 입법 예고했습니다. 대외 채무보증 업무는 1992년 수출입은행에서 독립한 무역보험공사가 대부분 맡아서 했습니다. 업무 영역 중복이라는 지적과 함께 무역보험공사의 본연의 업무를 침범한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수출입은행은 대외 채무보증 업무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까? 실제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간 업무 중복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습니까? 이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6. 지난 6월 19일,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국토 균형 발전 및 부산 금융 거점화 패키지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의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은 부산 및 동남권 수출입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까요?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은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습니까?
 
7. 수출입은행은 남북협력기금 운용·관리를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재원은 정부 예산으로 충당되고 있는데요. 수출입은행 누리집에 나온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로 가는 길을 한국수출입은행이 열어갑니다'라는 슬로건과 달리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38% 삭감됐습니다. 2006년 1조6356억원에 달했던 총 기금 총 조성액은 2022년 2149억원까지 줄었습니다. 갑자기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요한 남북협력사업 소요가 발생할 경우 예산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남북협력기금법상 장기 차입 가능 대상이 다른 기금과 금융기관 등으로만 한정돼 있어 즉각적인 재원 조달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임기 만료로 폐기되긴 했으나, 21대 국회에선 장기 차입 가능 대상에 외국 정부, 외국 금융기관 및 국제금융기구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됐었습니다. 수출입은행이 나서서 남북협력기금 증액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 있습니까? 장기 차입 가능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안에 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정책금융기관 예산으로 직원에 낮은 금리로 융자제공
 
8.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는 10페이지 가량 약식 형태로 작성해 형식적인 준수에 그쳤습니다. 중소기업은행의 ESG 보고서가 130페이지에 달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또 국제기구 'GRI'에서 제공하는 대로 ESG 보고서가 작성돼 있는지 전문기관이 평가하는 '제3자 검증 의견서'도 없었습니다. 타 정책금융기관과 달리 수출입은행이 ESG 보고서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 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 수출입은행은 2018년 이후 6년간 장애인 의무 법정 고용률을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습니다. 국책은행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10.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기획재정부 특별감사에서 생활 안정자금 대출한도를 조정하라는 시정지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여전히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보다 낮아서는 안된다는 기획재정부 권고 지침을 어기고 사내대출 대출금리 산정과 대출 한도 등을 주먹구구식으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의 생활 안정자금 관련 사내대출 규모는 12억원(61명)이었는데요. 대출조건은 2000만원 한도에 연 4.32% 금리(13년 이내 상환조건)였습니다. 이는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작년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금융기관 18곳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인 5.29%보다 0.97%포인트(p) 낮은 수준인데요. 정책금융기관이 예산을 재원으로 삼아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직원들에게 융자를 제공하는 것은 지나친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11. 수출입은행은 2021년 금융권에서 최초로 '노조 추천 이사'를 선임했습니다. 노조 추천 이사 선임에 소극적인 금융권 전반에 이사회 다양성 측면에서 모범사례라 꼽힙니다. 일각에서는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이 '이사회를 노사 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 시킨다', '현행법상 노사협의회 및 단체교섭 등으로 노사 간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등의 주장도 제기됩니다. 노조 추천 이사 선임 이후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까?
 
선박금융 특화 수출입은행, 대형사 RG 쏠림 의혹
 
12. 수출입은행은 국내에서 선박 금융에 가장 특화된 정책금융기관입니다. 올해 들어 기획재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분 현물출자 방식으로 2조원 추가 투입을 통해 금융 지원 여력 10조원을 확보했지만, 이 역시 중동 인프라·플랜트, 방위산업(방산), 반도체·첨단산업 등에 투입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수은법 제18조(업무) 1항에 따라 '수출 촉진 및 수출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분야 자금을 공급하려면 더 다양한 분야에 자금을 배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수출입은행이 추가 확보한 10조원 금융 지원 여력 가운데 선박 금융 부문에 배정된 금액은 얼마입니까?
 
13. 수출입은행의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이 대형사에게 쏠렸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법 제18조의 제3항에서는 ‘중견기업의 수출입과 해외 진출을 위해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대형사·중형사·소형(조선)사 RG 발급 현황을 공개해, 수출입은행이 대형사에만 RG를 발급한다는 오해를 바로잡는 것은 어떻습니까?
 
14. 최근 기술·자원에 대한 미-중 갈등 확산 등으로 공급망 전반에 불안요소가 커지면서 국회는 지난 2월 5조원 규모 공급망 기본채권 국가보증동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수출입은행이 공급망 안정화 기금 부담으로 발행하는 공급망 안정화 기금 채권 원리금 상환을 국가가 지급보증하는 게 골자입니다. 공급망 안정화 기금 채권은 법 시행일인 6월 27일 이후 하반기 중 최대 5조원 한도 안에서 원화와 외화로 발행될 예정인데요. 현재 수출입은행은 국내 증권사들과 채권 발행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채권 발행으로 조성된 자금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 선도 사업자, 중앙 부처가 인정하는 핵심 품목 사업 및 공급망 위기 대응 분야 등에 지원됩니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분야 기업들에게 경제안보 품목 확보, 국내외 시설투자 등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인 보증한도 확대가 필요한 상황입니까? 공급망 기본 채권 보증한도 확대를 추진할 계획입니까?
 
15. 수출입은행의 수출입금융채권 발행액은 얼마입니까? 지난해 여신과 보증 취급금액은 각각 얼마입니까? 평균 금리는 몇 %입니까?
 
16. 현재 수출입은행은 현재 현지법인 5군데(△싱가포르 △자카르타 △호치민 △홍콩 △런던), 총 24개의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사무소 및 해외 현지법인 확대 계획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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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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