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인건비 감축을 위한 분사 추진 과정에서 노조의 '고용 안정' 요구를 수용할지 관심을 끕니다.
1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노사는 전날 분사 관련 첫 협의를 마쳤습니다. 노조에선 송가람 엔씨소프트 노조(우주정복) 지회장 등 네 명, 사측에선 정대훈 HR 센터장 등 총 다섯 명이 만나 향후 협의 방향과 일정을 논의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는 두 번째 협의는 이달 18일로 예정됐습니다.
노조는 협의 첫 날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분사 시 대상 직원들의 고용 계약과 기존 복지 유지, 분사의 경영 악화로 존속 불가 시 사측의 고용 안정 보장 등을 포함한 요구안은 조만간 사측에 제시될 전망입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이범종 기자)
송 지회장은 "회사가 어려우면 분할 할 수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직장과 수입이 걸린 문제"라며 "회사가 다른 조치를 다 하고도 안 돼서 마지막 수단으로 분사 하면 용납이 되겠지만, 그 정도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분사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사측이 1월 '트릭스터M' 서비스 종료와 함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청산을 결정한 데 이어, 본사 내 권고사직·분사에 나서자 고용 불안이 심해졌다는 게 노조 설명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하락 이후 인건비 감축에 돌입했습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당시 "고정비성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권고사직과 분사를 통한 본사 인원 감축 방침을 밝혔습니다. 권고사직은 5월까지 이어졌습니다.
분사는 QA(품질 관리) 서비스 사업과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진행합니다. 법인명은 각각 '엔씨큐에이(NC QA COMPANY·가칭)'와 '엔씨아이디에스(NC IDS COMPANY·가칭)'입니다.
엔씨소프트는 다음달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과 신설 회사 설립을 확정합니다. 분할 법인으로 옮겨질 직원 대상 설명회는 이달 안에 열릴 예정입니다.
사측으로선 노조의 고용 안정 요구가 인건비 줄이기 기조와 대치돼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정성 인건비 감축을 위한 조치에 인건비 유지를 확약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신설 법인 고용 안정으로 잡음을 없앤 사례는 넥슨이 대표적입니다. 넥슨은 2020년 데브캣·니트로스튜디오를 각각 세웠는데요. 사측은 법인 설립을 발표한 2019년에 신설 법인 폐업 시 소속 직원을 넥슨 그룹(넥슨코리아·넥슨게임즈·네오플 등)에 데려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넥슨은 사이닝 보너스(합류 직원에 대한 일회성 인센티브) 1000만원, 100% 고용 승계, 개발비 리셋을 보장했습니다. 개발비 리셋은 본사에서 지출한 프로젝트 비용을 새 법인에서 0원으로 계산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하면 영업이익을 계산할 때 들어갈 개발비가 줄어들어, 인센티브 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됩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